▲알바몬 알바천국의 변화2013년 알바노조가 알바몬, 알바천국의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구인광고를 방치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꿀벌 옷을 입은 것이 필자인 박정훈씨. 이런 활동들이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변화를 가져왔다.
알바노조
사람들이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저항은 상품이 되고 소비됩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지만,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시위에 참여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긁어주는 광고는 큰 위안이 됩니다. 그렇다고 광고 속 혜리처럼 시위를 해서 바꾸자고 쉽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팍팍한 삶 때문에 저항하는 시간조차 사치라고 느껴지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은 '저항'이 위협이 되지 않을 때 시위나 데모도 광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런 내용이 TV에 방영되더라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믿음입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단결하고 싸워 이길 수 없다는 믿음 말입니다. 그래서 엄청난 환호와 함께 강한 절망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광고가 허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알바노조의 활동과 주장이 상품이 됐다는 건 알바노조의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알바노조가 진행한 '근로감독관의 부당 대우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겠지요. 지난 18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이 설문조사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퇴직금을 못 받아 진정을 넣은 노동자에게 근로감독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퇴직금만 받으면 됐지, (처벌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여기로 뭉쳐야 갑이다세상을 바꿔달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법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지키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지키라고 부탁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법도 지킬 수 없다.'
그래서 한 번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세상에는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알바 노동자들의 인권 현황과 노동조건이 개선되길 바라는 이들에게, 알바몬 광고에서 생략된 질문 '누가 어디로 뭉쳐야 하나'에 답하고자 합니다.
알바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알바노조로 뭉쳐야 갑이다'라고. 이 당당한 슬로건의 영감을 준 혜리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는 1월 22일 알바노조 총회에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