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회(서울지방경찰청) 주변의 각 동명
유영호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이 위치한 내자동(內資洞)은 조선시대 이곳에 궐내의 쌀과 술, 면 등을 공급하던 관아인 내자시(內資寺)가 있었기 때문에 지어진 동명이다. 그리고그 아래의 용비어천가 빌딩이 있는 내수동(內需洞) 역시 궐내에 잡물과 노비 등을 공급하는 내수사(內需司)라는 관아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뿐만아니라 종교교회가 위치한 도렴동 역시 궁중 직조물의 염색을 맡았던 관청 도렴서(都染署)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이처럼 이 세 곳은 모두가 조선시대 관청의 이름에서 현재의 동명이 유래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의 적선동(積善洞)은 전혀 다른 유래와 뜻을 품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앞서 먼저 조선시대는 한성부의 세부 행정구역을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등 5부로나누어 그 아래 52개의 방을 두었다. 그런데 이곳 종교교회 건너편은 당시 서부 적선방(積善坊)이라 하였고, 그 이름을 그대로 현재의 동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명칭은 조선왕조의 정치철학을 담겨 있는 참으로 멋진 지명이다. 적선(積善)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에게 '적선하다'는 말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때 적선이란 말은 본래 <주역>에나오는 말로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에서 따온 말이다. 즉 '착한 일을 많이 하는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따른다'는 의미로 주변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좋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이곳의 지명을 <적선방(積善坊)>으로 한 것은 바로 이곳에 조선왕조의 궐외각사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로 하여금 백성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즉 조선의 행정관청들은 백성을 위해 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