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처럼소형액자에 새겨진 늘처음처럼이란 문구가 달팽이부부의 평소 마음가짐을 잘 말해주고 있다
송상호
"돈 벌려고 하느냐"는 오해, 마음 아파이런 부부에게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이 있다. "부부가 노후에 돈벌이 하려고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그건 '색안경'이다.
남편은 공도에서 번듯한 'H안전물산'을 운영하며, 한때는 연매출 10억 원을 자랑하던, 세상말로 잘나가던(?) 사장이란 걸, 웬만한 안성사람들은 다 안다. 아내는 20년을 병원에서 근무했다. 이 일을 시작하려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말릴 만도 했다.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지금도 안성 공도에서 'H안전물산'을 운영하는 남편. 물산에서 벌은 돈을 시설에 밀어넣고 있지 않고서야 굴러갈 리가 없다는 걸, 안성시 공무원들이 더 잘 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이 시설에 정부보조금이 나가지 않고 자부담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사회복지시설, 아니죠... 사회복귀시설, 맞습니다"여기서 잠깐만! 여기가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라, '사회복귀시설'이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지'와 '귀'라는 한 글자 차이지만, 그 목적은 사뭇 다르다. 사회복귀시설이란 한마디로 해당시설 원생들의 사회적 자립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다. 사회복지시설처럼 '수용'이 목적이 아니다.
한때 노인복지시설을 꿈꾸던 이 부부에게 바로 이 부분이 '매력'으로 다가온 게다. 이 시설의 모든 프로그램과 생활지도가 바로 원생들의 '홀로서기'에 맞춰진 건 우연이 아니다.
자기 빨래는 자기가 하고, 설거지도 하고, 순번을 정해 식사준비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원생이 여성들이다 보니 살림살이하는 것을 학윤씨가 일일이 가르친다. 적어도 자기 앞가림은 하라고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학윤씨를 보면서, 딸자식(실제 원생 연령대가 20대에서 50대 후반임에도)을 가르치는 '친정엄마'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 달에 한 번은 무료급식소에 가서 급식봉사도 같이 한다. 원생들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놀라운 변화 중 하나다. 덕분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겠다는 원생, 현재 외부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는 원생 등은 이 부부의 '뿌듯한 보람'이다. 어느 개그맨의 "바로 이 맛 아닙니까"는 이때 쓰라고 있는 말이렷다.
사실 "이 일을 하려면 아이큐가 좋아야 한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원생들의 돌발적 행동, 게으른 습관, 수동적 태도 등을 보면서, 머리를 엄청 써서 대처해야 한다. 원생의 행동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들의 삶을 찾아주려면 사소한 습관부터 개선해야 하니까.
'달팽이부부'가 꾸는 꿈이 무엇이길래?남편 상현씨는 시설의 외부적인 문제(예컨대 소방법 처리 문제, 안성시 공무원과의 법리 해석 문제 등)를 해결하느라 거의 전문가가 되었다. 건물만 달랑 있는 땅에 원생을 위해 '무엇도 짓고, 무엇도 조성하고, 무엇도 해보고'등은 고스란히 상현씨의 몫이다.
요즘 이 부부는 "심심할 사이가 없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이다. "잠자는 게 아깝고, 눈뜰 때가 제일 좋고, 원생들 얼굴 볼 때가 제일 좋다"는 부부인데, 굳이 무슨 사족을 달까. 굳이 단다면 아내가 말한 "돈 문제만 어렵지 않으면, 이일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는 것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