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두오모 광장의 교회건축물들. 세례당, 두오모, 사탑, 납골당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전갑남
이탈리아에서의 둘째 날(12월 31일) 오전 5시 반. 모닝콜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짐을 꾸리고, 6시 반에 이른 아침을 먹습니다. 7시 15분, 버스에 몸을 싣고 어둑어둑한 길을 나섭니다. 혼잡을 피해 이탈리아의 랜드마크처럼 알려진 피사의 사탑을 만나러 갑니다.
피사는 토스카나주 피사현(縣)의 주도(州都). 아노르강 하구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입니다. 피사는 10세기부터 지중해 지역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무역으로 리구리아해 인근 강력한 해상공화국으로 번성하였습니다. 이슬람 세력인 사라센과의 마찰로 전쟁을 벌이고, 팔레르모해전에서 승리한 피사는 지중해연안 무역항로를 장악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빼앗은 막대한 전리품을 획득하고, 두오모 광장에 세기의 역사 유적지를 남기게 됩니다.
승승장구하던 피사는 제노바와의 전쟁에서 패한 뒤, 쇠태하여 피렌체에 넘어갑니다. 또 아르노강 하구의 퇴적작용으로 인해 해안선은 피사에서 멀어지게 되고, 항만도시의 면모도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피사는 해양강국 시대에 아치라는 건축양식을 병설하여 '피사의 양식'이라는 것을 탄생시킵니다. 그에 입각한 웅장한 교회건축물을 피사 두오모 광장에 펼쳐놓습니다. 피사양식은 토스카나지방으로 퍼짐은 물론, 남부 이탈리아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행 안내자의 뒤를 따라 피사의 두오모 광장으로 향합니다. 날은 이미 환히 밝았습니다. 이국땅에서의 떠오른 을미년 마지막 해를 보니 여느 때와 다른 감회가 밀려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기적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