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소녀들그녀들에겐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김경수
레이스 둘째 날, 듄 지역을 벗어나 블랙 제이드 강과 마주쳤다. 카라카쉬(Karakash)로도 불리는 이 강줄기는 티베트 고원 북서쪽 아크사이 친(Aksai Chin)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가로질러 타림분지로 흐르다 타림강과 만나 신장 위구르 자치주까지 이어졌다.
강기슭 모래가 연신 엄청난 굉음을 내며 허물어져 물속에 잠기고 있었다. 무심코 다가섰다가는 함몰되는 모래 더미와 함께 휩쓸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태양과 지표면은 대지 위의 모든 사물을 말려버릴 기세로 살인적인 열기를 뿜어냈다. 45도를 넘어선 기온이 50도에 바짝 다가섰다. 발을 디딜 때 마다 들뜬 발톱이 들썩거렸다.
늘어가는 주변의 관목과 초지를 따라 오아시스 마을 투슬루코타크로 들어섰다. 이토록 열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뿌리를 내린 위구르족의 염색체는 어떻게 변형됐을지 내심 궁금했다. 배낭을 메고 뒤뚱거리는 내게 오토바이를 탄 원주민이 뒷좌석에 올라타라고 연신 손짓을 했다. 점잖게 사양하자 극구 자신의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마실 물과 텃밭의 수박을 따주며 힘내라고 응원해주었다.
그가 생면부지인 내 손을 끈 건 오지까지 찾아든 이방인을 만난 반가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농로에서 허벅지와 종아리에 들러붙은 수백 마리 모기떼의 공격을 받으며 마을에서 쫓겨났지만 대가없이 후의를 베풀어준 웃음 띤 그의 모습이 레이스 내내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