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방사선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문제 중 하나가 정답이 2개인데도 '중복 답안'으로 처리하지 않아 국시에 낙방한 인천·경기지역 방사선과 학생들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강경한 입장에도 중복 답안임을 아는 교수들은 합격한 제자들 취업 자리 때문에 출제위원(교수·현직 방사선사)들 눈치를 보느라 할 말도 못하는 상황이다.
15일 국시원에 따르면 3교시 시험 중 영상을 보고 풀이하는 12번 문제를 살펴보면 '배뇨요도방광조영술(VCUG)'이 나와 있고, 이 영상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보기 5개 중 확실한 '오답' 3개를 빼면 2개가 남는다. 이 중 하나는 국시원이 인정한 정답인 3번으로 '하부요로계의 기능과 형태학적 이상을 관찰하고 방광요관 역류를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수험생들은 5번 '경정맥요로조영검사(IVU)와 병행해 검사 시 VCUG를 먼저 시행한다' 보기도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 국시원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은 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기지역 방사선과는 가천대, 을지대, 동남보건대, 신구대, 신한대, 안산대 등 6곳으로 서울의 고려대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는 총 7개 대학이다.
이 중 확인된 것만 인천 1명, 경기 2명의 수험생이 12번 문제 정답을 5번으로 표기해 총 50개 문항 중 29개가 정답 처리돼 불합격했다. 30개를 맞아야 합격한다.
수험생들은 전국적으로 12번 문제 때문에 불합격한 10여 명의 응시생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의를 제기한 경기지역 A(26)수험생은 "교재에도 정답으로 나와 있고 모의고사에서도 정답으로 나온 보기인데 유독 국시원만 1개 정답만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싼 등록금 내고 3년을 어렵게 공부해 왔는데 문제에 이상이 있어 취업을 못하게 되면 생계가 어려워질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A수험생을 가르친 B교수는 "아마 교수들은 국시원이 명확하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합격한 학생들을 취업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출제위원들인 실제 병원에서 근무 중인 방사선사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또 다른 출제위원들이 같은 교수협의회 구성원들이다 보니까 이의를 제기하는 게 망설여져 학생들에게 소송 진행에 대한 조언만 해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시원 관계자는 "이미 이의제기가 들어온 문항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비공개가 원칙인 국시 문제이다 보니 실질적인 구제 절차는 없다"고 답했다.
국시원은 2013년 제53회 간호사 국시를 치른 일부 수험생들이 '기본간호학' 문제 중 한 문제의 정답이 2개라고 주장하며 중복 답안 인정을 요구했으나 인정하지 않다가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심판까지 진행, '모두 정답'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번 국시는 전국 45개 대학 2천944명이 응시해 2천223명(75.5%)이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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