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노동조합들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노동절의 베를린 모습
권은비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일삼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노동조합의 나라이며 대통령이 독일 경제 성공의 비결로 꼽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현재 독일 사회 내에서도 고용안정화를 위협하는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짚어볼 만 합니다.
박정희 정권 당시의 파독 간호사 2천여 명, 광부들 5천여 명은 낯선 독일땅에서 어떠한 체류허가나 고용허가서도 없이, 노동문제에 관한 독일과 한국 정부 간에 협의도 없이 일을 해야 했으며, 자신의 정확한 월급의 액수조차 모르고 고된 일을 해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한 자발적 양보나 희생이 아닌 강요된 희생이었습니다.
지금 독일과 한국의 경제, 노동현황에 대해 정말 비교가 되어야 할 점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위원장이 독일에서는 누구보다도 존중받고 대접받으며 멋진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지만, 한국에서는 감옥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한국에서는 직장동료와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보수정당 지지자가 좋아하는 한국 역대 대통령은? 어느 날,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 독일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독일의 대표 보수정당인 CDU(기민당)의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한마디로 독일의 보수주의자인 셈이지요. 그는 제가 묻지도 않은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한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야." 순간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저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경제 활성화'가 되려면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가 기반이 돼야 해, '햇볕정책', 그것을 실현하려고 했던 최초의 대통령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잖아."
그의 대답을 들은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제가 깨닫게 된 것은 독일에서는 보수주의자가 한국에서는 진보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을 만큼 한국의 사회가 상식 밖으로 보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필수조건에는 진보정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합리적, 상식적 보수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일정치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대통령 대국민담화에도 인용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독일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던 도중 유학생을 향해 '연탄색이랑 얼굴색이랑 똑같네'라고 하는 보수정당의 대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사퇴는 물론 사회적 매장을 당할 거라는 사회 분위기가 상식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 되고 있다는 점이 독일과 한국 간에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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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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