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4대 백신', 이번엔 약발 좀 들을까

[주장] 박근혜 정부 들어 3번째 반부패 대책, 실효성은 있나?

등록 2016.01.13 10:02수정 2016.01.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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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등 240조원이 소요되는 16개 분야에 대해 미리미리 살펴 비리와 부패 발생 요인을 사전 차단하겠다며 정부가 지난 12일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를 내놨다. 부정부패를 차단하겠다는데 딴지 걸 일도 아니고 되려 잘하라고 독려하고 박수칠 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놈의 백신은 약발이 잘 드는 건지 안 드는 것인지 이 정부 들어 벌써 국무총리가 부정부패를 추방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세 번째이다. 이런 걸 보니 공공시스템에 예산 낭비와 비리 소지가 다분한 게 맞기는 한 것 같다.  

대형 국책사업 실시간 부패 감시, 대규모 자산운용 분야에 대한 선제적 위험 관리, 국고보조금, R&D사업 부정 차단을 위한 정보공유 및 연계, 내부 통제장치 강화 등 클린시스템 도입으로 요약되는 소위 4대 백신 방향은 일단 적절히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예전에는 그런 비슷한 정책이 없어서 비리가 계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총괄 관리하고 방위사업감독관을 방사청장 직속으로 신설하고 우정사업본부와 무역보험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는 2014년 7월, 정홍원 총리 대책, 2015년 3월 이완구 총리 대책과 말만 조금씩 다르지 크게 뭐가 특이한 점인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비리 예방, 공익신고와 내부고발도 중요하다

고강도 반부패 대책은 해를 거듭할수록 멋지게 진화하지만 방위사업 비리는 뭐가 척결이 된 건지, 흥청망청 국고 탕진의 갑질 퍼레이드는 뭐가 어떻게 개선됐는지 우리는 잘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비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공무원 사회, 공기업 공공부문이 기본적인 공직 윤리와 부패 민감성이 낮아 뭐가 비리고 그것이 왜 심각한지 잘 느끼지 못하는 데에 있다.

시키는 거나 잘하고 내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문화 속에 예산 손실이 나도 당장 내 손해나는 것도 아니니 책임감도 적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오고 가는 돈뭉치 속에 비리에 대한 경각심은 '이 정도쯤은 상관없지'라는 자기 최면 속에 자기 합리화를 마련해 가는 것이 부정비리의 가장 큰 시작이었다. 

이런 부패의 원인과 유형을 정부도 이제는 잘 알고 있기에 이번 4대 백신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후약방문을 사전약방문으로 고치려는 그 열정만큼이나 4대 백신이 그 약값을 잘 발휘하길 기대한다.


거대 조직에서의 효율적 비리 차단은 이번에 제시된 다양한 제도 못지않게 공익신고(내부고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추가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익신고는 조직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배신하고 국가를 배신하는 집단을 뿌리 뽑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정부가 유심히 바라보아야 할 또 한가지의 숙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백신 #반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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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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