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로드 맵-해안을 따라 2차선의 좁은 도로가 계속 이어진다.
구글맵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이러한 사전지식을 거의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버스투어를 떠났다.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어디쯤 있는지, 꼭 들러봐야 할 명소는 어디인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검색을 잠깐만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큰애 문제에 집중하느라 여행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호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큰애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당시의 여행기억을 떠올려 보니, '좋았다, 나도 가보았다'는 정도 이외에 특별한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남해안 섬여행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 내는 절경을 보고도 그 감정에 동참하지 못했던 것이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메마른 감정을 보유한 왕자는 그 벌로 야수로 변한다. 본 모습으로 돌아 오는 방법은 단 하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 왕자는 우연히 성을 찾은 미녀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알게 돼 제모습을 찾게 된다.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사랑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계기와 트레이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아마도 여기에 '마음의 여유'라는 항목을 하나 더 더해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미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그림을 보는 안목을 가지려면 적어도 1000장의 그림을 봐야 한다"라고. '자주 접해야 하고,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어지는 설명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고, 그래서 나도 내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아름다움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어려웠다. 새롭게 시작하는 2막 인생에서는 달라지기를 나는 기대한다.
예약을 했는데 왜 줄을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