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국 장관,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현안보고를 마친 후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궁금한 것은 그럼 '왜 북한의 김정은이 이 시점에 핵실험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의도를 알아야 대응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벌써 우리 사회에서 이번 일을 냉정하게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반응을 보면, 북한과 김정은을 '미친놈' 또는 '바보'로 만들기에 급급하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도 '홧김에 그랬다'거나 '핵실험을 반대해서 김양건을 군부가 죽였다'는 식의 용감한 북맹(北盲)들의 무책임한 수다가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대응이나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다.
핵실험은 단순하게 한두 가지 요인과 의도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요인과 의도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번 핵실험 결정도 동일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고 내부적인 요인이 중요할 수도 있다. 지난 세 차례의 핵실험과 비교해 이번 4차 핵실험 역시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과연 무엇이 핵심요인이고 의도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이유가 '대외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들어 미국이 평화협정 제의를 무시하고 추가 제재를 가해오는 상황에서 '벼랑 끝 전술' 차원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까지로 예정됐던 남북 차관급 회담이 결렬되고 같은 날 모란봉악단도 베이징 공연 직전에 철수하는 등 주변국과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이는 절묘하게 김정은의 2015년 12월 10일 첫 수소폭탄 보유 발언, 12월 15일 수소탄 실험 지시, 1월 3일 최종적으로 실험을 결정했다는 북한의 발표 등과 겹친다. 그러면서 마치 핵실험의 모든 과정이 20여 일이라는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핵실험이 20일 만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가?
사전 준비를 해오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던 중 2015년 12월 전개된 일련의 대외 정세가 핵실험을 최종 결정하는 계기가 됐을 수는 있지만, 이를 핵심적 이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핵실험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 역시 대외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2016년)에는 그다지 할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이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주면 좋은 것이고,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협상이 없는 동안 미국의 다음 정부와 일전을 위해 몸값을 올리고 협상 카드를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북한, 미국, 그리고 중국의 관계핵실험 직후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핵실험은 결국 미국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자위력 행사'라고 한다. 발표 내용의 대부분을 미국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핵실험의 의도가 미국에 대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핵실험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미국이란 대외적인 요인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었음은 틀림없다.
드러난 내용만으로 북한의 속내를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를 보더라도 위험하다. 더구나 북한의 방송을 한국이나 미국도 보겠지만 결국 주요 시청자는 북한 주민들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발표는 미국을 향하는 화살이기에 앞서 인민들에게 보내는 목소리이다. 오히려 핵이 있어 미국에도 이리 당당히 떠들 수 있으니 인민들은 걱정하지 말고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매진하자'는 호소처럼 들리는 것은 이상한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은 당 대회를 앞둔 북한의 대내적인 의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내적으로 보면 당 대회는 경제성과만을 가지고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최근 '속도전'까지 내세우며 당 대회 이전 경제적인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경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당 대회 이전에 안보문제만이라도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해본다. 그래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로 당대회를 통해 휘황한 설계도를 제시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핵 무력 병진노선'은 유지하겠지만 이제는 '핵 무력 완성, 경제 올인 노선'으로 가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물론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하면 북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제재의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어떠한 선택이든 득실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실험으로 분명 잃을 것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 중요한 것은 흥하느냐 마느냐 하는 발전의 문제가 아닌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의 핵심은 중국이다. 정말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지와 함께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언급한 대로 2016년에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런 상황이 북한에는 외부적으로 간섭받지 않고 내부 안정에 치중하면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다. 이는 중국에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좋은 기회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영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레버리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차례의 핵실험 이후 매번 많은 사람이 '북중관계는 이번만큼은 끝났다'고들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유엔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제재 결의에 찬성한다고 해서 중국의 속내까지 변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딜레마이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중국 딜레마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향하게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