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마을 벽화
박미경
벽화그리기에 앞서 벽화가 그려질 주변의 주민들과 어떤 벽화를 그릴 것인지도 고민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벽에 그려질 그림이기에 주민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이를 통해 지역적인 정서가 담긴 갈수록 잊혀져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기로 했다.
작가들의 손길에 누구네집 벽에는 화로의 따스한 기운에 취한 아낙네가 선잠을 자고, 누구네집 벽에서는 댕기머리 아이가 친구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놀자'를 외쳤다.
'차(茶)'와 관련된 벽화가 주를 이루는 것도 광덕마을의 특징이다. 흔히 녹차하면 '전남 보성'을 떠올리지만 화순도 녹차와 무관하지 않은 곳이다. 화순 곳곳에는 지금도 야생녹차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지(茶智)마을, 다산(茶山)마을, 다소(茶所) 마을 등 차와 관련된 지명도 많다.
전라남도농업기술센터 육종재배실장으로 근무했던 김정운씨도 "200여 년 전 조선후기 여류문인인 빙허가 이씨(1759~1825)는 팔도특산물을 소개한 '동국팔도소산'이라는 글에서 '조선 최고의 차는 화순능주의 작설차'라고 표현했다"고 전한다.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대나무밭에서 친구들과 혹은 혼자 차를 즐기는 남정네들, 선생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으며 다도를 익히는 댕기머리 처자, 이웃 아낙들과 녹차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녹차잎을 따는 엄마를 위해 새참을 나르는 어린 여자아이, 수채구멍에서 떨어지는 물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앙증맞은 모습도 보인다. 벽화를 보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예전에는 다 저렇게 살았다'며, 중장년세대는 '어릴 때는 저랬는데'라며, 젊은 세대는 TV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에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벽화를 보며 어려웠지만 이웃들간의 정은 지금보다 돈독했을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그 시절과 얽힌 나만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광덕마을 인근에는 주민들이 삶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을 벽화로 그려 넣은 성안마을, 성안마을과 연계해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진 남산공원, 3일과 8일에 장이서는 화순전통시장(화순읍 5일시장)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