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가 블로그와 책에서 쓴 글에서는 그의 극단적 견해들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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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놀랄 만한 주장들이 펼쳐진다. "이승만은 고종이 미국에 보낸 밀사(122쪽)",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은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99쪽)", "독도가 정확하게 한국 영토란 증거는 없다, 한국인들의 자존심과 열등감이 표출되는 집착의 현장이 독도(86쪽)"라는 것이다. 그는 위안부 제도가 "선진적, 인권적"이었다고도 주장한다. 전쟁 때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다.
"위안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오해가 있다. 전쟁 시기 병사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병사들은 자칫 민간인 여성들을 강간하는 등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일본군은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위안부 제도를 운용했다. (…) 위안부는 어떤 측면에서는 일본군이 민간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선진적이고 인권적인 제도였다." (<대한민국 시대정신> 46쪽)"늙은 계집" 등 자극적 언어로 주장하는 이유지난해 28일 시위 현장,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끌려나가면서도 그는 손팻말에 자신의 저서와 필명, 블로그 주소까지 써서 이를 홍보했다. 이후 트위터 등 SNS와 그의 블로그에서는 "매국노",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일본에 가서 살라"는 등의 비난 댓글들이 달렸다. 그런데도 신씨가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뭘까.
힌트는 그가 남긴 글에서 알 수 있다. 신씨는 1인 시위 4일 전인 12월 24일, 수익형 블로그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인 '블로그 수익화의 모든 것' 카페에 본인 블로그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사회·역사' 분야 블로거라 소개하며, "(블로그) 일일 방문자 수 3천 명"이라고 썼다. 누리꾼들이 많이 찾아오는 게 자랑스러운 눈치다. 1인 시위로 논란이 된 후, 블로그 방문자 수는 3~4일 만에 1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성격도 엿보인다. 블로그에 따르면, 신씨는 오는 18일 또 다른 저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1인 시위 때 사진에 찍혀 저절로 홍보가 된 블로그의 이름에서도, 블로그 글 곳곳에서도 "많은 관심 바란다"며 책을 홍보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늙은 계집', '할망구'라며 자극적으로 묘사해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국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비판하면서 '시진핑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늙은여우- 똥오줌을 못가리는 박근혜'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는 어려운 협상을 잘 해결 지었습니다.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윤미향 종북주의자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거짓말쟁이 위안부 할머니들, 이른바 늙은 계집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5,400만 국민이 저들의 더럽고 사악한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본인 블로그에서)하지만 "(본명이 신민철이고 필명이 서기석) 100% 맞다"라는 그의 말에 따르면, 첫 책 <대한민국 시대정신>은 본인이 직접 쓰고 출판까지 한 책으로 보인다. 책 뒷장에 지은이 서기석, 펴낸이 신민철, 펴낸 곳 '위대한탄생비트코인 출판사'라고 돼 있는 탓이다. 인터넷 곳곳에는 '(주)위대한탄생비트코인 신민철 대표'가 남긴 흔적이 있다. 책에 소개된 이메일 ID 2개도 모두 '친일파 서기석'이 운영하는 블로그 ID와 일치했다.
"자발적 위안부" 등 주장 넘쳐나지만, 근거는 없거나 적어'극우(極右)'의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이나 세력을 뜻하지만, 신씨가 쓴 블로그 글이나 저서를 보면 그를 '극우'라고 부르기도 모호해진다. 오히려 그가 주장하는 대로 '뼛속까지 친일(親日)파', 즉 한국보다는 일본과 가까운 인물이 맞다.
그는 책에서 "한국은 일본 문명권에 속해 있다(202쪽)"며 한국을 일본의 속국으로 본다. "일본과 한국은 100년 차이가 난다"며 "조선 500년 역사는 태종 이방원과 세종대왕 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가 전무한 반(半, 거의) 미개문명이었다"고도 썼다.
신씨는 생존자 구술과 사진 학술논문 등 역사적 자료가 명확히 남아있는 '제암리 학살사건'을 향해서도 "일본군이 과연 그런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을까. 제암리 학살사건은 소설이고 허위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경기 수원(현 화성) 제암리에서 일본군이 주민 30여 명을 교회에 몰아 놓고 총격을 가한 뒤 불을 질러 살해한 사건이다.
신씨는 저서를 통해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다. "조선인들은 일본의 통치 아래 점차 문명 세계로 진입했고 행복감과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120쪽)"거나, "1910년 한일합병은 역사의 진보다, 조선반도라는 작은 야만국에 일본 근대문명이 수입된 진보(109쪽)"라는 식이다. 그러나 넘쳐나는 주장에 비해 근거는 거의 없거나 적다.
책 서문부터 그렇다. '잘못된 역사관과 세계관으로 인해 고통받는 대한민국'이란 거창한 제목에 비해, 실제 내용은 온통 추측 일색이다. "일본땅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는 건 아닐까"라거나 "안중근은 열사일까 테러리스트일까"라는 등, 서문의 총 45문장 중 23문장이 추정을 나타내는 어미 '가' 또는 '-까'로 끝난다.
"위안부가 자발적이었다"는 주장의 근거도 마찬가지다. 피해생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가 초기
증언에서 '빨간 원피스와 가죽구두가 보였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만 다른 생각도 못하고 따라나서게 되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는다. 신씨는 그러나 같은 증언에서 할머니가 "옷보퉁이를 밀치며 이거 안 가질테니 집에 보내 달라고 하며 계속 울었다"거나, 일본인 남자로부터 전기고문을 당해 정신을 잃고, 일본 군인에게 화장실에서 강간을 당한 사실은 문제삼지 않았다.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다른 피해 증언들은 무시됐다. 그는 이와 관련한 일본의 책임은 물론, 전쟁 당시 상황과 성별 간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다. 확실하지 않은 정황 증거를 근거로 "1940년대 조선의 가난한 여성이 생계를 위해 일본군을 따라갔다"고 단정한다.
"'강제로 끌려간 20만 명 소녀'는 너무 과도한 주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1940년대 조선의 가난한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 일본군을 따라갔다. 여러 가지 정황 증거로 추론해볼 때 나는 취업 사기를 당하거나 일본군과 관헌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사례가 20~30% 미만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정을 해본다." (<대한민국 시대정신> 55쪽)이와 관련해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일본 우익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며 "(신씨는) 피해자 강제성을 외면하는데, 이는 UN 인권위 등 국제사회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이미 인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신씨는 "일본 군대가 강제로 위안부를 연행하지는 않았다(57쪽)"고 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은 신씨와 관련해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