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 편백 숲길. 보성읍에서 차밭이 자리하고 있는 봇재로 가는 옛길이다.
이돈삼
이순신과 보성의 인연을 떠올리며 차밭으로 간다. 보성에는 이순신과 엮이는 곳이 지천이다. 고내마을과 박곡마을은 조선수군을 재건하면서 명량으로 가던 이순신이 군량미를 손에 넣은 곳이다. 고내마을에는 조양성의 군량 창고인 조양창이 있었다. 이틀 동안 쉬며 몸을 돌본 김안도의 집도 고내마을에 있었다. 박곡마을은 기묘영현의 후손인 영해부사 양산원의 집이 있었다.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은 18번 국도를 타고 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활성산을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쾌상들을 가로질러 편백숲을 지난다. 오래 전, 봇짐을 짊어진 보부상들이 오가던 길이다. 보성군청을 나서 군학마을로 가던 이순신도 넘었던 길이다. 길은 턱골재를 넘어 한국차박물관으로 연결된다.
턱골재를 넘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향이 코끝에 와 닿는다. 대한다원 차밭도 눈에 보인다. 봇재가 코앞인데, 갑자기 차가 막힌다. 봇재로 가는 도로가 자동차로 꽉 차 있다. 아-아.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온다.
'연휴라고 차들이 여기로 다 왔나?' 눈앞이 막막해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래, 봇재까지만 가자.' 가다 서다를 30여 분 했을까. 봇재에 닿자마자 오른편, 도강마을 쪽으로 빠졌다. 봇재에서 영천저수지를 지나는 내리막길이다. 외지인들은 거의 모르는, 숨겨진 길이다.
겨울에도 초록으로 싱그러운 보성 차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