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 활동으로 학생들이 모여 길거리에서 연주할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정수지
- 몰타 국제학교를 들어가는 데 특별한 절차가 있나요?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요. 근데 중요한게 타이밍을 잘 찾아서 들어가야 되는데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것 같아요. 마치 선착순 같아요. 저는 일반 사립학교, 국제학교 둘다 시험을 봤어요. 사립학교 국제학교 모두 영어와 수학 과목을 응시해야 하거든요.국제학교 같은 경우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초등 중등 교육을 받는 경우에는 영어 실력이 못 미치면 방과후에 엑스트라(추가수업)처럼 따로 레슨을 봐주기도 해요. 영어가 정말 중요해요."
- 학기는 어떻게 나눠져 있나요?"9월에 시작해서 1월까지 해서 1학기, 2월부터 시작해서 6월부터 2학기가 돼요."
- 몰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은 어떤 식으로 진학하게 되나요?"대체로 국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다니는 몰타 학생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한다고 하긴 하는데, 공부를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져 있어요. 대학을 가려면 가고 안 가면 안 간다는 분위기예요.
그 이유도 몰타에서는 법대를 나와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서 비서로 취직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레스토랑을 차리거나 서비스업을 하는 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딱히 꼭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개념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도 대학교 가기 위해서 대학 입시 코스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조금 다르긴해요. 레벨 혹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대학인증공인자격시험)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포함이 되겠죠? 공부하는 애들만 모여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틀려오. 특히 IB코스는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이 코스를 듣는 친구들은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해요.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학위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같아요. 저도 지금 IB코스를 듣고 있어요."
- 몰타에서 공부하는 IB코스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나요?"총 2년 과정으로 과목이 6개를 고를 수가 있어요. 이 6가지 과목 외에도 Extended Essay (심화에세이, 선언문), CAS (봉사 및창작활동), TOK(철학, 이론, 논술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한 이론학) 세 과목이 있는데 이 세 개를 통과해야지 IB코스를 통과할 수 있어요. 원래 들어야 하는 6과목을 합격해도 Extended Essay, CAS, TOK를 패스하지 못하면 IB코스는 통과하지 못해요.
제가 듣고 있는 IB코스는 장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줘요. 그런 점이 한국의 교육제도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생각하기엔 TOK에서 어떻게 우리가 과목에서 배운 모든 것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지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보통 TOK 첫 번째 시간에 물어보는게 'How do you know what do you know?'입니다. 이 말은 즉 '당신이 아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아느냐?'잖아요. 제가 생각한 관점을 다른 관점으로 태클을 거는 수업이에요.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걸 내가 어떻게 생각하게 된거지?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점을 바라본다는게 한국과는 많이 틀리다고 생각해요. 사고의 전환인거죠. 저는정말 TOK 같은 과목은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는 없지만 이 과목을 통해서 친구들과 토론의 장이 펼쳐지거든요. 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점심시간에 대화도 토론 내용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철학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평소 수다 떨던 거랑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대화의 질이 달라지죠.
IB코스는 점수대로 진학할 수 있는데 굉장히 소수 인원이에요. 마치 과외처럼 수업해요. 아무리 많아도 한 반에 17명 이상은 못 들어와요. 그게 또 규정이기도 해요. 저는 수업을 오전 8시 45분 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 들어요. 방과후에는 CAS를 하면서 창작 혹은 봉사활동을 해요. CAS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숙제를 하거나 학교에 남아서 대화를 나누고 도서실에 있어요."
- 일찍 마치고 동아리 활동까지…. 한국보다 조금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아닌가요?"절대 아니예요. 한국처럼 똑같이 공부해요. 조기유학이라고 하면 거기서 널널하겠다, 한국처럼 공부 열심히 안하겠다 생각하는데 막상 하고 나면 한국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한국 시스템에 적응이 잘 돼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영어로 하는 수업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고 적응도 힘들고 막상 겪어보면 타지 생활은 배로 힘들어요. 공부를 덜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건 다른 말이에요. 오히려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죠.
게다가 사립학교는 친구 사귀기도 힘들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도 그렇지만(웃음). 낯선 곳에서 온 외국인에다가, 언어장벽까지 있으니까 저도 그렇고 사립학교 친구들도 서로 접근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몰타는 유치원때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들이니까 이미 그들만의 그룹이 형성돼 있는데 중간에 끼기가 힘들었어요. 물론 후에는 사립학교의 외국인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고, 또 국제학교 입학 후에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죠. 친구 문제는 서서히 나아졌어요."
- 몰타에서 유학생활하면서 느꼈던 단점을 말하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넷이 여전히 안좋아요. 그리고 교통수단도 정말 불편해요.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제시간에 안와서 죽겠어요.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치안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들어 안 좋아졌어요. 부쩍 외국인과 난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범죄가 많이 늘었어요. 불과 3~4년 전 만해도 오전 2시에 걸어다녀도 문제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새벽에 혼자 걸어다니면 무서워요. 또다른 점은 공사를 너무 많이해서 먼지가 많아요.
물론 몰타의 전 구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장소이긴 해도 최근에 정말 공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부는 바람인데 흙비를 몰고 오거든요. 여름에 이 흙비가 자주 부는데 황사같은 수준으로 불어닥칠 때가 있어요. 그럴때 정말 힘들어요.
아 맞다, 파쳐빌(몰타의 최대 번화가로 클럽, 카지노,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다)에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아주 쉽게 유흥문화에 빠질 수가 있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미성년자가 이런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요. 자기가 절제하지 않은 경우에는 굉장히 쉽게 문란한 생활에 빠질 수가 있는게 단점이죠."
- 몰타에 오기 전엔 어떤 꿈이 있었나요? 지금은 장래 희망이 어떻게 되나요?"저는 한국에서는 꿈이 없었어요. 장래에 뭐할까? 그냥 고등학교 때 문과가서 적당한 곳에 취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기억밖에 없어요. 불투명하다고 할까요? 물론 처음 몰타와서도 정확한 꿈이란게 생기지 않았는데 몰타에서는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무엇을 할 때 제일 보람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몰타 교회에서 알게 된 친구도 있었는데 몰타 국립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루마니아 친구였거든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어요. 그 친구 따라 병원가서 시술하는 걸 옆에서 보고 실은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아픈 사람을 돕고 있다는게 정말 의미있는 일 같았어요.
CAS(봉사 및 창작활동)로 봉사활동을 하면서는 제가 가진 걸 나눈다는 점에서 행복을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의사가 장래희망이에요.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게 꿈이 됐어요."
- 마지막으로 몰타에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가끔 몰타 어학연수에 대한 광고를 보면 환상의 나라로 부풀려놓은 것 같아요. 몰타를 생각하면 놀이동산 패키지 같아요. 엄청 기대하고 갔더니 놀이기구를 타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것과 똑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몰타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몰타조기유학은 추천하는 쪽이예요. 사립 학교를 3년 동안 다녔는데 사립보다는 국제학교를 다니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사립학교는 몰타인들이많고 국제학교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많아요. 생각보다 몰타가 섬나라라서 그런지 몰타인들은 생각이 많이 갇혀있어요. 그래서 인종차별을 겪을 수도 있었는데 국제학교에서는 전혀 그럴 염려가 없어요.
외국 대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몰타의 사립국제학교는 크게 세인트 에드워드(St. Edwards College), 버달라(Verdala)로 세인트 에드워드는 일반 사립고등학교 그리고 버달라는 국제학교예요. 현재는 이 두 곳에서만 IB코스를 밟을 수 있어요(QSI도 국제학교지만 IB코스가 없고 고등학교 졸업장 high school diploma만 취득 가능하다). 이런 국제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몰타 대학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세계 어느 대학이든 진학 할 수가 있어요.
국제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영국 혹은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오길 권해요. 물론 미국, 영국 드라마가 몰타와는 관련이 없겠지만 자유로운 국제학교 분위기와는 비슷해요. 한국과 달리 몰타에서의 삶은 매우 달라요. 이런 준비를 하고 국제학교에 입학한다면 ice break(마음을열고 어색한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주제로도 할 수 있는 좋은 시작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몰타에서 좋은 팁 하나! 몰타는 공산품이 엄청 비싸거든요. 관광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보니까 공산품은 전부 수입해서 굉장히 가격이 비싸요. 예쁜 필기도구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몰타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다보니 안 좋은 점을 얘기 많이 했지만 다시 14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몰타로 올 거예요. 책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제가 실제로 겪은 이 모든 경험은 큰 차이가 있었어요. 다른 나라 생활을 한다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상받는 게 따르는 삶인 것 같아요. 한국이라면 절대 느끼지 못할 점을 많이 느끼게 된 것만은 확실해요. 그래도 이제는 좀 몰타에서 벗어나고 싶네요."
실제로 몰타 조기유학의 장점(물가가 저렴하다, 치안과 국적비율이 좋다 등)으로 알려진 사실들도 수인양과의 대화에서 조금은 다르게 들려지는 듯하다. 수인양의 말처럼 허황된 광고로 인해서 몰타를 환상의 나라로 알고 있다면 조기 유학이든 어학연수를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수인양의 경우에는 필리핀으로 단기 연수를 가서 외국에서 얼마나 잘 지낼 수 있을지 먼저 사전 경험을 쌓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영어 공부환경에 노출이 돼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몰타에서 조기유학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조기유학은 장기전이다. 오랜시간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지내야 할 수도 있으며 금전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신중하게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장래를 위해서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자녀의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자녀 본인의 의지와 해외에서 적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목적의식 없이 부모의 교육 욕심이 앞선다면 그 어디에서도 성공적인 조기유학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새로운 시야를 넓혀가며 자신의 장래를 자유롭게 생각해볼 만한 교육은 자녀에게 있어서 가치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꿈이 없었다고 말하는 수인양이 몰타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처럼 조기유학이 누군가에게는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