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김광석 다시 부르기2> 앨범 겉표지
킹레코드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시리즈 카세트테이프는 학교 앞 자취방의 스테디셀러였다. 1995년은 기적 같은 김건모의 '백만 장 전설'도 피어나던 시절이었고, 룰라의 엉덩이춤도 있었고 듀스의 마지막 음반도 있었고, 신해철과 넥스트의 이력이 황금시대를 개막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광석은 은밀하고도 진실한 자취촌의 송가였다. 박노해의 시집과 황지우의 실험시 시집이 동시에 놓인 책장, 사적 취향과 젊은 고민이 거미줄처럼 엉킨 어떤 소산의 결과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변해가네'는 원래 동물원의 곡이었다. 기억하겠지만 김광석은 동물원 멤버들과 노선 차이를 실감하며 독립했고, 이후 살아있는 가객이 됐고 무대의 전설이 돼갔다. 동물원의 키보드를 맡으며 보컬을 맡기도 한 박기영씨의 원곡은 연정의 대상이 생긴 화자가 겪는, 변화의 징후에 대한 조심스럽고도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서툴고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곡이었다.
김광석이 다시 꺼내 들어 부른 '변해가네'는 변화의 징후조차도 껴안을 기세의 어떤 씩씩함이 서려 있다. 어떻게 보면 김광석이 생전에 사랑했다는 바이크 같은 기세도 느껴지기도 한다. 이 쾌청한 기세가 반갑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유작의 일부라는 생각을 들면 아득한 기분이 되는 것은 한편으론 슬픈 일이다.
[다섯 번째] '그날들'(<김광석 Anthology 1>, 2001)
이 곡을 위시한 음반의 수록곡들은 그의 동료 음악인들이 같이한 듀엣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고인의 목소리에 현존 가수의 목소리를 겹치는 방식, 이는 음반 녹음 기술의 수혜 탓일 것이다.
김광석과 생전의 관계에 있어 복잡한 심사의 동료였을 안치환의 목소리도 이 곡에 함께 하고 있다. 안치환의 '울부짖으며 들끓는 목소리'와 김광석의 예의 그 목소리는 곡 안에서 공명하며 작품이 가진 호소력을 배가하는 데 서로 공헌하고 있다.
이 음반을 선물해준 것은 졸업 후 다시 서울에서 연락하게 된 후배였다. 좋은 선물을 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아무튼 어느 순간 그래도 된다고 판단해 서툰 고백을 뱉었다. 서툰 고백엔 당연히 '상대의 거부'가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불을 발을 차게 될 일 하나를 추가했다.
그렇게 나의 서울생활의 서두 대목은 시작됐다. 공기는 나빴고, 사람들은 좀 더 나빴다. 나도 더불어 그 사이에서 예전보다 조금 나빠진 사람이 돼가는 기분을 느꼈다. 후배와는 연락이 자연스럽게 끊기게 됐고, 그래도 끈질기게 이렇게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노래와 몇몇 대목이 남아 안도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했다.
더 나쁘지 않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정신무장과 함께, 음악을 남긴 이에게 마음속 인사는 보낼 줄은 알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소양만큼은 견지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다.
20주기,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더 많은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