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여행자들. 뒷편으로 올라가야 할 계단이 보인다.
박혜경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한식 생각이 났던 적은 거의 없었다. 두 달 동안의 인도 여행에서도 한국 음식은 단 두 번 밖에 먹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트레킹은 좀 달랐다. 매일 평균 6시간 안팎을 걷는 일정에 기운이 쏙 빠졌고, 김치가 들어간 매콤한 한국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날 것만 같았다.
메뉴를 보니 김치볶음밥이 390루피(한화 4300원), 김치찌개는 450루피(한화 5000원), 백숙은 3000루피(한화 3만3000원). 3만원이 넘는 백숙이라니... 입이 쩍 벌어진다.
사실 히말라야에는 닭에 대한 슬픈 전설(?)이 있다.
'적지 않은 로지의 사우니(주인)들은 한국 트레커(혹은 산악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설 같은 일화를 들려주곤 한다. 결론은 항상 똑같아서 마지막 대목에서는 매번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닭을 잡아 오라고 떼를 쓴다는 것이다. 마치 닭을 통째로 뜯지 못하면 트레킹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한다. 이젠 없다 해도 어떻게든 닭을 잡아 오라고 닦달해대는 통에 한국 트레커들이 단체로 왔다 가면 주변 마을까지 닭 울음 소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133쪽산에서 내려오면서 백숙집에 꼭 들르는 한국인의 특성이 해외에서 나오지 않을 리 없다. '트레킹 중 토종닭 백숙을 특식으로 제공한다'고 써 놓은 여행 상품이 있을 정도다. 백숙을 내놓으라고 떼 쓴 사람들 덕분에 해발 2000m 식당도 메뉴에 백숙을 올려놨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한라산이 1950m이니, 한라산 정상에 백숙집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