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하여 쓰는 사람도 몸을 작게 한다.
이준수
첫째, 몸을 아래로 낮출 줄 아는 겸손이다. 쓸어야 할 것들은 낮은 곳에 있다. 낙엽과 먼지와 작은 쓰레기들. 더는 세상에서 쓸모가 없어진 줄 알았던 존재들을 사람들이 허리 굽혀 대한다. 책상 뒤, 피아노 밑을 청소하려면 무릎까지 꿇어야 한다. 행여 놓치는 것들이 있을까 봐 손끝에 신경을 집중하여 세심하게 비질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갈색으로 변해버린 낙엽도 한때는 싱그럽게 빛나던 새순이었다. 바닥에 뒹굴 거리는 초콜릿 포장지는 뜯기기 전까지 진열대에서 손님의 뜨거운 눈길을 받았다. 우리도 인생의 유통기한이 끝나면 사라져야 한다.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인간의 흔적들을 쓸고 있는가? 가끔 우쭐해지는 날이면 바닥을 쓸어보자. 장기적으로 보면 쓰레받기에 담긴 지우개 가루나 쓸고 있는 나 자신이나 같은 운명공동체이다. 십 분쯤 지나면 들떴던 마음이 자연스레 진정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