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되어 별이 된 아이들의 생일모임을 갖는 안산 치유공간 ‘이웃’의 탁 트인 마루. 유가족과 이웃들이 밥을 먹고, 뜨개질을 하고, 한방치료를 하면서 간담회도 하고 상담실에서 개별 상담도 한다.
치유공간 이웃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인이 꿈에라도 자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일시'에서 그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단원고 아이들의 육성 생일시 모음 <엄마. 나야.> 일러두기 중에서다시 책을 듭니다. 그런데 진도를 못 나갑니다. 책이 두꺼워서거나 난해한 문체 때문이 아닙니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경험한, 그 아픔 때문입니다. 마음을 추스르려 들숨과 날숨을 깊게 이어갑니다. 흐트러진 마음으로 책을 감내하기에는 적지 않은 힘듦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슴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책을 덮습니다. 수인이와 태민이를 만나고 4월 2일에 태어난 2학년 10반 지혜에 이르러 호흡이 흐트러지고 말았습니다. 흔들리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지혜를 기억합니다. 불 끈 방에 누워 엄마와 친구에 학교 얘기로 수다 삼매경을 떨다 엄마가 잠든 후 자기 방으로 돌아갔던 딸.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인 4월 16일에 전화하겠다고 약속하며 떠난 제주도 뱃길. 그 약속을 영원히 지키지 못하게 된 아이가 시인을 통해 그리운 목소리로 전합니다.
"엄마 지혜 소원 있어 / 엄마 아빠 팔짱 끼고 다니라 하면 / 부끄러움 많은 우리 엄마 아빠 놀라실 테니 /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손잡고 30분 산책하기 / 용기가 안 나면 날 깜깜해지면 그렇게 하기 / 지혜 위해 그렇게 해주기" (시인 이원이 받아 적은 '따뜻해졌어 지혜' 중에서)'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다'는 부제가 붙은 시집, <엄마. 나야.>입니다. 책은 일러두기(intro)에서 안산 와동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동고동락하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생일모임을 한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임을 밝힙니다. 그래서일까. 책에는 '이웃'의 식구들과 아이들 그리고 시를 읽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천상의 아이와 뭍의 시인이 빚은 사랑과 청춘의 변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