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주나의 고행상-남인도 마말라푸람
최오균
"아르주나여, 행복과 슬픔은 여름과 겨울이 오고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감정은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기느니라. 인간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온갖 슬픔에서 해방될 수 있느니라. 영혼은 누구도 파괴할 수 없지만 육신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가책을 느끼지 말고 저들의 몸과 맞서 싸우거라." 골육상쟁의 전쟁에서 형제의 핏줄을 죽여 악을 뿌리 뽑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 갈등하는 아루주나에게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는 주저하지 말고 맞서 싸우라고 말한다. 마말라푸람의 '위대한 언덕'에는 힌두교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주인공 아르주나의 고행상이 새겨져 있다.
<마하바라타>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세상에는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기만한 인물도 없고, 나쁘기만한 인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전쟁이 절정을 향해 갈수록 이러한 구분은 더욱 모호해진다.
선과 악은 상대적인 것의 반증이다. 선과 악이 모두 그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 그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하바라타>는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의미를 직시하고, 한 차원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갈 수 있는 무한한 지혜를 알려준다.
아르주나의 고행상을 바라보며 동족상잔 비극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 동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한국전쟁과 몇 천년 전에 있었던 판다바 집안의 골육상쟁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지구상에 전쟁이 끊이지않고 일어나고 있으니, 만약에 신이 계시다면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줄 수 없을까?
'강가' 강을 중심으로 천계와 현세를 조각한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