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걸려있는 게시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국회에서 핵심법안을 놓고, 새누리당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초과 이득세 보류 등의 부동산 3법통과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보장·전월세상한제 입법화를 요구하면서 여·야 지도부가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부동산경기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3법통과에 여·야가 합의했고, 전월세 안정을 위한 정책은 '서민주거복지특위'를 만들어 내년(2015년)에 논의하자고 했다. 최소한 여·야간 딜을 통해 부동산경기활성화와 전월세안정정책을 주고받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세입자·주거·시민단체는 분노했다.
특히, 당장 '입법화'란 현금(부동산경기활성화)을 주고 "내년에 논의한다"라는 어음(전월세안정)만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세입자·서민의 입장에 서 있는 정당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작년 연말 국회가 세입자의 주거안정정책실시를 외면하고 올해로 논의를 미루는 동안, 세입자들은 주거비부담과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며 힘들게 올 한 해를 보냈다.
세입자들은 7년째 연 10% 안팎의 전세가격 폭등과 은행정기예금이자의 3~4배 고리의 월세를 내며 주거비부담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특히 작년 연말 국회에서 통과시킨 재건축초과이득세보류를 신호로, 정부는 재건축가능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철폐함으로써, 재건축시장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돌아갔다.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재건축아파트 거주 세입자들이 비자발적인 이주를 해야 했고, 이주수요가 몰려 재건축아파트 인근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올랐고,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이삿짐을 싸야 하는 '세입자의 연쇄적인 이주'가 행해진 한 해였다. 전월세 주거비부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세입자들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오른 아파트를 많은 빚을 안고 구입해야 했다.
그러면, 2015년 초에 전월세안정문제를 다루는 서민주거복지특위(이하 특위, 위원장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18인)가 출범했는데, 전월세안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만들었는가? 12월 29일 마지막 특위회의를 남긴 현재, 특위는 실질적인 전월세안정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많은 주거관련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전세가격의 폭등과 세입자의 월세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실질적인 주거 대책 못 마련해올 한 해 특위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정부·정치권이 주거안정정책에 대해 보여 준 것은 불신·불공정·불통·무책임·무능이었다.
첫째, 불신이다. 특위에서 전월세안정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마련하지 못했다. 정치권은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둘째, 불공정이다. 부동산경기활성화법은 통과시켜, 재건축아파트 투자자, 건설업자, 언론사(분양광고), 금융권에는 당장에 큰 이익을 안겨주고, 세입자들에게는 전월세안정을 뒤로 미뤄 전세가격 폭등과 월세 부담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경기활성화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 세입자에게는 반대로 주거비부담만을 가져다준 것은 대표적인 불공정행위이다.
셋째, 불통이다. 특위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주거안정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나 입장을 가진 국민을 대표해서 활동하는 곳이다. 따라서 특위 위원은 상호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반대의견을 경청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인 전월세안정에 대해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의원들은 특위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위 회의 자체가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아래 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