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기 선생이 펴낸 잡지 《뿌리깊은나무》들. 낡고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서 찍었다.
이돈삼
한창기(1936-1997). 언뜻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잡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 발행인이라고 하면 기억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한창기는 이 잡지로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맞선 뚝심의 언론인이었다.
잡지 <뿌리깊은나무>는 낡고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하지만 편집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했다. 한국 최초였다. 당시 출판계는 한글과 한자를 함께 세로로 쓰는 편집이 정형화 돼 있던 때여서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한창기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음식을 담는 그릇에서부터 노래 가락까지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유문화를 찾아내고 알렸다. 놋그릇, 다기 등을 만들어 보급도 했다. 남도의 판소리와 귀한 가락들을 되살려 내 '천재 귀명창'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창기는 또 문화사업가였다. 민화 전시, 판소리 음악회 등을 열며 이것들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었다. 동양에서 처음으로 브리태니커 지사를 설립하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가장 많이 팔기도 했다. 이는 세일즈 세계의 전설로 지금까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