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로 운동화를 고르는 소년들.
조호진
24일 인천 남동구의 한 신발 매장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았습니다. 선물을 사주려는 부모와 아이들로 붐비는 매장에 흥분한 표정의 소년들이 떼로 들어왔습니다. 박용호 경위의 제자 13명입니다.
익명의 산타 심부름을 하는 어게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운동화를 사주려고 하자 주희는 "생전 처음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좋아했고, 왕코를 비롯한 소년들은 "캡 좋아요!"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습니다.
박용호 경위는 식사 대접만도 미안하다며 신발 선물을 사양했고, 어게인 최승주 대표는 익명의 산타가 주는 선물이니 받으라고 실랑이하다 결국 신발 매장에 왔습니다. 그럼에도 박 경위는 제자들에게 "너무 비싼 운동화는 고르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경위 곁에 있던 최승주 대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아, 돈 걱정 말고 맘에 드는 신발 맘대로 골라~!"고급 운동화를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종종 사봤어야 쉽게 고르죠. 1시간 가량의 땀나는 씨름 끝에 신발을 골랐습니다. 고급 박스에 신발이 담기자 소년들의 입은 귀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있었을까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방에 박혀서 우울한 성탄절 전야를 보냈는데 이날은 운동화 선물을 받은 데다 고급 음식까지 먹게 됐으니 생전 처음 맞는 해피 크리스마스입니다.
음식을 예약한 곳은 허브향기 가득한 고급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식탁에는 등심, 안심, 살치살 세트와 피자, 스파게티로 구성된 스페셜 메뉴가 놓여졌습니다. 가난한 경찰이 박봉을 털어 사준 음식은 순대국밥이었으니 고급 음식을 받아든 소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만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어 치우고는 아쉬워했습니다. 먹성 좋은 소년들은 돈가스를 추가로 먹고 나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날 해피 크리스마스에는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은 이기철님이 함께 했습니다. 이기철님은 아이들에게 "힘든 환경인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며 엄마처럼 아이들의 음식을 챙겨주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소년(중3)은 유독 맘에 걸렸습니다.
2015년 12월 24일 저녁은 자녀를 가슴에 묻은 엄마가 세상의 아프고 힘든 아이들에게 "용기 있게 살아다오,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다오!"라는 성탄 메시지를 선포한 날입니다. 성탄절은 예수가 탄생한 날입니다. 힘들어도 살아야 하고, 괴로워도 태어나야 합니다. 슬픔이 아주 없진 않지만 엄마와 소녀, 소년들과 망치형사는 해피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 해피 크리스마스!"리워드 시집 <소년원의 봄>... "시집 내용들이 많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