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루치아 항연말 연시가 겹친 탓에 제대로 된 나폴리 미술 기행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산타 루치아 항에서 눈부시게 푸른 나폴리의 바다를 만났습니다. 저 멀리 베수비오산도 보입니다.
박용은
그런데, 이곳 나폴리에서의 4박 5일은 도착 첫날부터 일정이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이후에도 원래 준비했던 '미술 기행'으로서의 일정을 무엇 하나 계획대로 소화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산 세베로 예배당'과 '카포디몬테 미술관' 등 '미술 기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들은 몇 번이나 그 앞에 찾아갔지만 갈 때마다 헛걸음이었습니다. 그것은 애초에 연말 연시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미술 기행'으로서의 나폴리 여행은 포기하고, 나폴리와 남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바다를 중심으로 여행을 이어갔습니다. 여행 막바지에 뜻하지 않게 주제가 바뀌어 '나폴리 미술 기행'은 '미완의 여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탈리아 기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미술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날짜별로 일기처럼 이어갑니다.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입성, 첫날부터 꼬였다베네치아가 너무 좋았던 것일까요? 세계 3대 미항이자 남부 이탈리아의 중심 도시, '나폴리(Napoli)'의 첫인상은 지금까지 이탈리아 여행 중 최악입니다.
베네치아에서 출발한 기차가 파도바, 볼로냐, 피렌체, 그리고 로마를 거쳐 2014년 12월 29일 나폴리까지 온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행에서 5시간 동안의 기차 여행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여행을 정리해 보는 시간으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죠. 하지만, 나폴리에 도착하면서부터 조금씩 불안한 조짐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나는 나폴리의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곧장 '국립 고고학 미술관'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기대를 가득 안고 나선 나폴리 거리. 그런데 다른 곳들보다 남쪽이라 그래도 좀 따뜻할 거라 예상했는데, 무슨 바람이 그리도 세차게 부는지요. 거의 태풍 수준의 강풍이 거리를 온통 휘감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역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호텔까지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몇 번이나 멈춰 섰는지 모릅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그 무거운 캐리어가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강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