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왕산에 올라 개성을 바라보며 옛 임금을 그리워한 고려말 충신 농은 민안부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후대 사람들이 세운 망경루.
김종신
왕릉 앞에는 홍살문이 서 있다. 홍살문으로 가려면 돌다리를 건너야 한다. 오후 2시인데도 다리는 빛나는데반해 건너편은 왕산에 깊이 드리워진 그늘이 왕릉을 덮고 있다. 졸졸 흐르는 개울을 지나자 마치 속계(俗界)를 벗어나 선계(仙界)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홍살문을 지나 곧장 왕릉으로 향했다. 왕릉은 산기슭에 일곱 층으로 이뤄진 돌무덤(적석총積石塚)이다. 네 번 째 층에는 네모난 구멍이 있는 데 감실이란다. 부드러운 흙으로 된 신라와 가야 무덤과는 다르다. 낯설다. 532년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넘긴 비운의 왕이라 김해에 묻히지 못하고 여기에 이렇게 돌로 묻혔을까 생각에 잠겼다. 그런 나를 돌사자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돌무덤 앞에는 가야시대가 아닌 후대에 세운 문인석과 무인석, 석등 등이 있다. 제단 뒤에는 '가락국형왕릉'이란 비석이 서 있다. 돌무덤을 빙 두른 돌담을 천천히 걸었다. 물기 머금은 흙이 질퍽인다. 낙엽은 경쾌한 '바스락' 소리마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