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숫자쓰기 학습중인 쌍둥이 남매엄마표 숫자쓰기 학습중인 쌍둥이 남매
이나연
미리 선행학습을 해오기 때문에 학교의 학습 분위기가 바뀐 건지 아니면 학교가 이렇게 변했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건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이 의미 없듯 선행학습의 선후를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사례만 보고 모든 학교의 구구단 수업을 일반화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또 선생님이 모두 위와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만점을 받은 어느 엄마는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도 하니 엄마들의 마음이 모두 같지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겠죠.
어쨌거나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는 우리 아이들을 점점 더 학교 밖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 어느 정도 학습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거죠. 학교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며 학교가 끝나자마자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동하며 그 예쁜 시절을 보내버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안타까울 뿐이에요.
사실 아직 초등 입학 전인 쌍둥이 남매에게 누구나 학습이라고 여기는 수학이나 영어 같은 (타인의 힘을 빌은) 사교육, 특히 선행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렇다고 쌍디 남매가 아예 학습을 안한 것도 아니죠. 시판되는 한글과 수학 학습지를 7세 기간동안 진행했는데요. 이건 틀린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쉬운 과정의 진도에 대해 매일 정해진 분량을 해냈는지만 체크하고 있는 터라 엄마표 홈스쿨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럽지만 어쨌거나 학습을 하긴 했거든요.
학교에 가서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하는 시기가 오면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엄마표 학습을 시작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언급하게 될 수도 있어 이번 글은 무척 조심스럽네요. 또 위에 언급한 어떤 선생님의 모습이 공교육에 종사하는 분들 전체의 모습도 아닐 거예요.
다만. 직업인으로서의 선생님에 대한 실망감이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고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저 스스로가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고 아이를 사교육으로 내몰게 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모르는 좋은 선생님들이 아직도 많이 계실 거라는 걸 알면서도, 또 가장 우수한 참고서는 교과서, 학교에 가면 교과서에 충실해야 기본을 세울 수 있다는 책들을 많이 읽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 불안해져요.
그 불안은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아이가 뒤처지는 것이 대해 제가 혹은 제가 일하는 것이 비난받을까봐 두려운 거겠죠.
7세인데도 벌써부터 셔틀을 타고 짧지 않은 거리의 영어학원을 다니는 유치원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쌍둥이 남매.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셔틀을 타고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러운 행위임을 알기에, 영어 학원을 보내도 불안함은 덜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휩쓸리지 말자'고 다짐해봅니다.
셔틀까지 타면서 사교육 시장에 진입할 생각은 없지만 집으로 오는 선생님이나 엄마표 교육은 사실 거부감이 덜한 편이라 아이들의 초등 입학 후 방과 후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 채울 지 조금 고민이기는 합니다. 아마 제가 폴타임잡 워킹맘이 아니었다면, 어느정도라도 저에게 시간이 허용됐다면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엄마표 학습을 시켰을 것 같아요.
저는 정말이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회사에 계속 다니며 바빠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 덧붙여 현직교사로서 격차가 많이 나는 아이들을 이끌어야하는 분들께는 선행학습을 과도하게 하거나 혹은 아예 안해오는(드물게 선천적으로 학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 기준이 아니라 평균적인 수준에서 학습지도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평균 이하인 아이들을 따로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으시겠죠. 그리고 그때 가정에서의 기본 학습을 강조하실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학습력이 떨어지는 경우 반드시 가정에서도 보충수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학교 박, 특히 엄마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일부 선생님의 태도만 지적한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겨우 아이 둘을 돌보는데에도 이렇게 힘들다고 낑낑대는데, 수십명의 아이들과 매일 정신없이 생활하시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요. 선생님들의 노고에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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