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기적의도서관 외관.
이수진
처음 도서관을 찾아갔을 때 강 관장은 노란 표지에 '북스타트 10년사'라고 적힌 450여 쪽짜리 책을 뿌듯한 표정으로 보여줬다. 제천북스타트 10주년을 맞아 사업 시행처와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하려 발간한 자료다. 제천북스타트를 거쳐 간 아기와 엄마 1329쌍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 관장은 "10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 중 정말 중요한 것만 골라 담았는데도 이렇게 두껍다"라고 설명했다.
'책과 함께 출발하는 인생' 위해 부모 교육도제천북스타트는 지난 2005년 시작됐다. 당시 제천기적의도서관 사서였던 강 관장이 김수연 대원대 육아교육과 교수(전 제천북스타트위원장), 최진봉 전 도서관장 등과 함께 이 운동의 실무를 맡았다.
원래 북스타트는 1992년 영국에서 도서관 사서 웬디 클링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한국에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대표 도정일)'의 주도로 2003년 북스타트코리아가 출범했다. 사서로서 제천북스타트를 시작했던 강 관장은 지난 2012년 도서관장에 임명됐고 10년 넘게 이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북스타트는 말 그대로 책(Book)과 함께 인생을 시작(Start)하자는 운동이죠. 인생의 시작단계인 1세 아기 때부터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지역사회 문화운동 프로그램입니다." 제천북스타트는 먼저 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첫 선물로 그림책 두 권, 손수건, 가방, 안내 책자로 꾸려진 북스타트 꾸러미를 나눠준다. 생후 6개월에서 만 12개월 미만 아기의 가족은 제천기적의도서관, 제천시보건소, 여성도서관, 신백아동복지관, 하소아동복지관 등에서 북스타트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나눠주고 있다. 그림책과 손수건은 제천시가, 가방과 안내 책자는 북스타트코리아가 구매비용을 지원한다. 충청북도도 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4971명이 꾸러미를 받아갔다. 매년 제천에서 태어나는 아기의 절반 이상이 꾸러미를 받는다고 한다.
"시민들이 조금씩 내는 세금과 아이를 모르는 이들이 낸 후원금으로 마련된 꾸러미에 '당신의 아이를 모르는 참 많은 사람이 책과 함께 아이가 성장하길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습니다."북스타트는 책 선물에 그치지 않고 부모교육으로 이어진다.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주고 양육해야 할지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사업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특강 형식으로 부모교육을 진행하다가 2006년 이후에는 2개월 과정의 정규 부모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교육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영아를 위한 그림책 선택, 부모·자녀 간의 상호작용, 영아의 감각을 자극하는 미술놀이 등 다양한 강의로 육아에 도움을 준다. 강 관장은 "북스타트를 한다고 해서 갓난아기에게 바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양육자를 먼저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제천시민 '열망 띠 운동', 어린이 전용 도서관 만들어인구 13만 명의 작은 도시인 제천에서 북스타트와 같은 문화운동이 1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아기 엄마들의 열의 덕분이라고 강 관장은 강조했다. 기적의도서관이 건립된 2003년 당시만 해도 제천은 문화적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는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엄마들의 갈증이 도서관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당시 제천시민 3000여 명은 도서관 유치를 열망하는 메시지를 적은 천으로 의림지를 둘러싸는 '열망 띠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만들기운동과 제천시의 지원, 시민들의 기금으로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제천기적의도서관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