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들과 함께 지난 2014년 1월 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펼쳐라! 새정치, 응답하라! 국민추진위' 거리 설명회를 열었다.
남소연
안철수가 최근 정치적 악수를 연이어 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상당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 않음에도 안철수를 지지하는 집단의 존재는 안철수에 대한 고유한 지지층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수많은 나쁜 선택과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초기의 이미지를 상당히 상실했음에도 이런 지지가 존재하는 힘은 무엇일까? 답은 안철수가 가진 메시아적 요소다. 현대화된 정치에서 왜 갑자기 메시아와 같은 종교적 표현이 나타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의미에서 여전히 한국 정치에는 메시아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정치 지도자들이 존재한다.
메시아는 말 그대로 구원과 해방 같은 특정한 소명과 목적을 위해 강림한 존재다. 메시아에겐 필연적으로 독특한 인격(훌륭한 인격과 메시아적 인격을 구분해보자)을 가지고 있고 구원의 서사와 신화적인 존재의 정당화를 통해 수립된다. 메시아는 한국 정치에 흔하게 나타나는 바람과 같은 운동성과도 구분된다. 운동성과 달리 메시아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어떤 의미와 역할, 소명이 주가 된다.
이 목적과 소명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일반적인 그에 대한 선호나 지지와는 다르다. 실제 대부분의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목적과 소명에 대한 기대와 신뢰보단 그 이미지 자체에 대한 호불호와 지지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메시아적 정치인의 존재는 그 시대의 특정한 요구나 기대와 관련된다.
메시아적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요구는 많은 경우 개인의 삶의 문제와 닿아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위화도 회군으로 최영(전국환 분)을 체포하면서 이성계(천호진 분)이 하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메시아적 정치인의 중요한 미덕을 보여준다. 이성계는 자신의 죄를 묻는 최영에게 이렇게 답한다. "티끌만 한 사심도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은 게 죄다." 그러면서 최영이 사심이 없기에 백성들 그 누구의 사심도, 소망도 허락지 않고 전쟁과 고통에 밀어 넣었음을 지적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살펴보면 메시아는 어떤 상황의 종결과 같은 목적과 역할을 기대받는 정치인이다. 그리고 그 소명과 역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 전체 내지 일부가 경험하는 구체적 현실에 대한 것이며, 변화한 상황에 대한 욕망이 투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은 한국 현대정치에서 안철수 이전 가장 대표적인 메시아적 정치인이다. 이명박은 경제적 불안정과 양극화 속에서 경제적 부와 성공에 대한 욕망과 저성장이란 상황의 종식이란 기대가 투영된 구원의 정치인이다. 그리고 그를 바로 메시아로 만든 것은 일종의 '이명박 신화'였다.
그에게는 한국 자본주의 고도화 시기에 있었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과 부를 향해 움직이던 경험이 녹아 있고, 그의 서사는 바로 그 시기 가난한 대학생으로부터 시작해 대기업의 CEO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인격은 이렇게 속삭인다. "나를 찍어, 너희도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그는 경제적 불황의 시기, 압도적 지지로 정권 교체를 이뤄 냈다. 물론 그의 구원이 유효했는지 혹은 성공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메시아가 되기 위해서는 그의 인격과 서사와 지지자들의 기대가 어떻게 조응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요컨대 허경영 역시 메시아적 정치인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에게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지성적 회의와 조소가 녹아 있다. 그의 황당하고 해괴한 정치적 공약에 대한 열광은 비록 진지한 지지는 아니지만 어떤 묘한 해방감과 쾌감에서 출발하고 있다. 단 메시아가 되기에 개인의 신화와 서사가 부재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성 정치로부터의 탈출과 변화를 염원하고 있고 그 가운데 특정한 정서가 허경영에 대한 관심으로 투영되고 있다.
'청년'을 움직이게 만든 안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