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뒷간. 지은 지 400년 돼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유홍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화장실이라고 극찬한 뒷간이다.
이돈삼
대웅전 한쪽에 큰 구유도 있다. 큰 통나무의 안을 파서 만든 밥통이다. 길이가 330㎝나 된다. 2000명이 먹을 수 있는 밥을 담았단다. 옛 선암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오래 전, 선암사는 스님 1500명이 생활할 정도로 큰 도량이었다. 선암사에서 공부를 해야 비로소 교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절집의 뒷간도 고풍스럽다. 유홍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화장실이라고 극찬한 뒷간이다. 지은 지 400년 됐다. 一자형 건물에 맞배지붕의 겉모습이 장엄하다. 재래식 화장실로는 드물게 남녀 칸도 구분돼 있다.
"와! 기본이 몇 백 년이네요. 400년, 500년…." 전각의 표지판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딸아이의 말이다. 실제 절집 요사의 역사가 깊다. 대웅전은 물론 지장전, 불조전, 원통전에도 세월이 더께더께 앉아있다.
하지만 위압적이지는 않다. 소박하고 은은하다. 불사를 하면서 옛 흔적을 지워버린 숱한 절집과 다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금 연주음악도 절집의 품격을 높여준다. 고찰(古刹)의 분위기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