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인터넷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200만을 넘겼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지난 11월, 같은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김예지
이틀은 교수님, 사흘은 패스트푸드점 알바생"대학의 맨얼굴은 괴물이었어요."김씨는 지난 2010년부터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러면서 조교, 연구자, 시간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한 교수는, 누군가에게 조교인 그를 '잡일 돕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김씨가 2013년부터 시간강사로 일하며 받은 돈은 연 1000만 원 남짓. 결혼할 때 아내에게 말했던 "처음 1년은 한 달에 80만 원을 생활비로 가져다줄 것이고, 그다음 1년은 100만 원을, 그다음은 기약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조금은 더 가져오겠다"는 소박한 약속조차 지키기 어려웠다.
결국 지난해 8월, 아이가 태어난 뒤 그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하는 생각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교수님, 사흘은 알바생으로 살았다.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최저시급을 챙겨준 것도, 아들의 돌잔치에 작은 성의를 보인 것도 대학이 아닌 패스트푸드점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는 적어도 '유령'이 아닌 '사람'이었다. 패스트푸드점의 점장은 낯선 그에게 먼저 "놀이공원에 놀러 가자"고 했다. 반면 대학에선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듣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가 마주한 대학은 지식의 전당이기보다 기업이었고, '괴물'이었다.
"아직도 제 시급이 얼마였는지 몰라요. 기업의 노예가 된 대학이 하부 노동자에게 학문의 신성함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론 가혹하게 구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죠. 지식을 만드는 공간보다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이 사람을 위하고 있구나... 물론 노동의 가치는 동일하지만, 대학은 사회적 책무가 있잖아요."그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가 "어떤 특정 대학, 대학원, 지도교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방대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경험을 기록하려 했는데, 쓰다 보니 모든 80·90년생 청년을 대변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모두가 힘들어요. 각자의 위치와 공간은 다르지만 비슷하죠. 결국 우리 시대 청춘의 이야기예요. 뒤돌아보면 '힐링'을 주도한 건 기성세대예요. 김난도 교수가 쓴 책 제목,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보면 화가 나더라고요. 기성세대는 노력, 그것도 그냥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한 세대이고, 청년은 노력하지 않은 세대라는 프레임이 생긴 거잖아요. 결국 기성세대가 자신을 위한 '힐링'을 한 거죠,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