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한국에서도 전라북도만 되어도 몹시 추울 테지만, 전라남도에서도 바다를 낀 고흥은 겨울이라 해도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안 불면 안 춥기 때문에 아이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놀려고 합니다. 숲마실을 하던 어느 날.
최종규
마당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후박나무를 보고는 '네 그늘이 참으로 멋지구나!' 하고 노래합니다. 겨울에는 그늘이 안 달갑다고도 할 만하지만, 겨울에는 해가 길게 눕기 때문에 그리 그늘지지 않습니다.
마당에 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면, 한여름에는 뙤약볕을 가려 주고 한겨울에는 세찬 바람을 막아 줍니다. 예부터 집 둘레에 나무를 알맞게 심는 까닭은 볕과 바람을 고루 누리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나무가 있어서 볕이랑 그늘을 함께 맞이하고, 나무가 있기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 뿐 아니라 세찬 바람을 가려 줍니다.
아이들하고 <나의 사과나무>(키즈엠, 2015)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나무 한 그루란 얼마나 대단한가 하고 새삼스레 떠올립니다. 버려진 능금나무를 아이가 손수 살뜰히 돌보면서 되살리는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에는 '되살아난 능금나무가 능금 열매를 잔뜩 베푸는 모습'이 나옵니다. 되살아난 능금나무에는 새가 다시 찾아오고, 벌레도 꼬물꼬물 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