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습에서 태권도를 마친 화태초 전교생들과 명동체육관 배영근 관장의 모습. 아래 오른쪽 첫번째가 입담좋은 1학년 이승효 학생이다.
심명남
그중 월호분교 윤대한 학생은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그는 월호의 자랑은 "공기가 너무 맑다"고 소개했다. 여동생 미나양은 '월호 미인'이다. 과학자가 꿈인 대한군은 "월호는 바다가 넓고 배가 많다, 사람들이 전부 잘해준다"고 자랑했다.
두라분교는 전교생이 1명이다. 요리사가 꿈인 5학년 김민진 학생에게 학교 소개를 부탁하자 "딱 한 명이라서 좋은 게 딱히 없다"면서 "원래는 두 명이었는데 얼마 전 전학 가서 외롭다"라고 말했다. 동생 둘은 통학선을 타고 본교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또 과학자가 되어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다문화 가정 은철이는 "로봇을 팔아서 부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본교생 이현아(초5), 이미은(초3), 이승효(초1) 학생은 남매다. 3남매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 현아양은 "학생 수가 적어도 체험학습이 많아 제주도에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태대교가 생겨 배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아무 때나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라고 들 뜬 마음을 드러냈다.
동생 미은이는 커서 미식가가 되고 싶단다. 그림 그리기와 춤추기도 좋아하고, 피아노도 잘 친다. 막내 승효는 입담이 보통이 아니다.
-
기자: 3남매가 학교를 다니는데 싸우지 않니?
-
승효: 많이 싸우죠.
-
기자: 이 학교는 뭐가 가장 좋아?
-
승효: 학생 수가 적어서 1등할 수 있어 좋아요. 저번 시험에서 1등 했는데 평균 98.5점 맞았어요.
-
기자: 와~ 공부 잘하는 비결이 뭐니?
-
승효: 그냥 열심히 한 것뿐이에요.
아이들에게 '자기 꿈에 대해 소개해보고 싶은 학생은 손들어 보라'고 했다. 손을 번쩍 든 박현빈(5학년) 학생은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면서 "어릴 때 아빠와 TV에서 경주하는 것을 보고 카레이서를 꿈꾸게 됐다"라고 말했다.
섬마을 화태초는 어떻게 학습이 이뤄질까. 3명의 선생님이 복식 수업을 한다. 1·2학년과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된다. 말하자면 학교에서 개인지도 수업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소담교실에선 미술과 영어 등 다양한 공부를 한다. 쉼터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 읽는 공간으로 최적화해 설계됐다. 12월초까지는 주 2회, 오후 9시까지 야간자율 공부방도 운영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부족한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다.
화태초 3·4학년 담임인 강경미 교사는 아이 셋(현아·미은·승효)을 이곳에 보낸 학부모이자 부부교사다. 섬마을 학교에 부임해 제일 좋았던 점을 묻자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며 "학교 안에 문화예술 강사와 원어민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학원에 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섬에서 8년째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는 존 맥클린톡(43·남아프리카공화국)은 화요일이면 금오도에서 이곳에 온다. 그는 "섬 아이들과 함께하는 잉글리시 카카오톡은 영어 학습에 좋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한국 사람들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려고 하는데 틀려도 괜찮으니 일단 많이 말하는 연습을 하라"고 충고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어쩌면 이 섬마을의 '희망'이다. 섬에 학교가 없어지는 날 결국 섬의 구심점이 없어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경제 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게 교육이다. 언젠가 섬을 떠난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섬에 학교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사제동행' 맞춤형 수업, 뭍에서 전학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