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핀 백합어느날 갑자기 백합이 이쁘게 피었다.
신병철
자세히 보니 꺾여진 줄기 윗부분이 세 갈래로 나눠져 꽃대 마다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 겨울에 자란 수선화들 옆에서 외로이 혼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단하다. 줄기를 높이 세워 키운 것은 오로지 꽃을 피워 씨앗을 만들기 위한 것. 줄기가 꺾여졌다고 숭고한 임무를 포기할 순 없다. 남은 줄기를 더욱 튼튼히 키워 때늦은 지금에야 꽃을 피우고 말았다. 여름에 핀 동료들의 꽃 못지 않은 화려하고 고결한 백합꽃을 피웠다.
사실 백합은 씨앗으로 번식하지 않는단다. 씨앗이 별로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뿌리가 여러 조각으로 나눠 또 다른 개체로 늘어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꽃을 피워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어쨋거나 끝내 사명을 완수한 저 나리에게 찬사를 보낸다. 나, 이 집 주인으로서 나리에게 자신의 존재 임무를 완전하게 수행했음을 인정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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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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