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유엔인권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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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사회 의장국은 매년 지역별로 돌아가며 맡게 된다. 2006년 창설 당시 멕시코(중남미)를 시작으로 루마니아(동유럽), 나이지리아(아프리카), 벨기에(서유럽), 태국(아시아), 우루과이(중남미), 폴란드(동유럽), 가봉(아프리카), 독일(서유럽)까지 의장국이 이어져 왔으며 우리는 제10대 의장국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2016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한 국가가 의장국을 맡게 되어 있으며 후보로 오를 수 있는 국가들은 이번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뽑힌 국가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속하는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몰디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몽골, UAE, 키르기스스탄, 한국, 필리핀이었다. 유엔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와는 달리 인권이사회 의장국 선출은 해당 지역에서 비공개로 한 국가를 뽑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다른 투표보다도 더욱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처음 의장국 후보군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경합을 벌였으나 당연히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한국 인권이 더 낫다고 판단되니 한국 쪽으로 의장국이 거의 확정될 무렵, 인도가 후보로 나섰다. 그리고 몇 차례의 논의 끝에 인도가 후보에서 사퇴했다. 물론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보다는 조금 더 인권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교부 보도자료대로 한국이 세계 인권증진에 기여해 온 국제사회의 평가가 반영된 의장국 선출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의장국 선출이 있기 두 달 전인 10월 2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들은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을 선출했다. 한국은 2006~2008년, 2009~2011년 두 차례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연임하고 두 번 이상 연임할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2012년에는 참관국으로 활동했다.
이어서 2013년에 재선된 후 올해 10월, 다시 연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2013년 재선될 때도 아시아 지역 5개 빈자리를 놓고 5개 국가(일본,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한국, 아랍 에미리트)가 후보로 나서 전원 당선이 되었는데 당시 한국은 5개 국가 중 4위로 선출되었다. 이번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아시아 지역 5개 빈자리를 놓고 이번에는 7개 국가가 후보로 나섰는데 한국은 몽골(172표), 아랍에미리트(159표), 키르기스스탄(147표)에 이어 136표, 4위로 당선되었다. 참고로 나머지 한 국가는 113표를 얻은 필리핀이었다.
한국은 유엔에서 지겹도록 권고를 내리고 있는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가보안법 개정 등과 관련하여 인권이사회 출범 이후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때 있었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과도한 공권력에 의한 집회 참가자 탄압은 외신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비판을 받았고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극히 정치적인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낫다고 판단되어서, 혹은 이제까지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한 바가 많아서 이번 의장국으로 선출되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