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강한종
글이든, 말이든, 정확한 전달은 모든 소통의 기본이다.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잘 모르거나, 생각이 정돈이 안 되었거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지 아닐까. 그러니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제대로 잘 알 때, 생각이 분명히 정돈되어 있을 때, 정말 하고 싶은 말일 때 비로소 말이든 글이든 정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주제' 강의 때 김종희 대표가 지적했듯, 자신이 꽂혀 있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하고 싶은 말이 강렬할 때, 거기서 나오는 말은 더 정확하게 마름될 수밖에 없다.
"공적인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하려면 짧아야 하고 쉬워야 합니다. 공적인 글이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마음입니다."짧은 문장을 쓰는 것에 대한 김종희 대표의 간략한 조언이다. 문장의 뼈대인 주어와 동사만 최대한 살리면 된다. 이 뼈대를 꾸며 주는 것들은 없어도 된다.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어 봐야 불필요한 대목을 가를 수 있다. 얼마 전 내가 쓴 글에 '더'라는 말이 많았다. 그것을 덜어 냈더니 글에 훨씬 탄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짧기만 하면 지루하겠지요. 권투에서도 계속 잽만 하면 재미없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퍼컷, 훅을 리드미컬하게 연습해야 흥미진진하게 됩니다. 글도 계속 짧기만 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결정타가 필요합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맛이 중요합니다. 강조가 제대로 되어야 글맛을 살릴 수 있지요."단 문장을 짧게 하라는 것이 압축해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김 대표는 '압축 파일'을 예로 설명했다. 문장을 짧게 쓰라는 말인데 글을 압축 파일처럼 압축해 버리면 독자가 읽을 때 어차피 다시 내용을 풀어야 한다. 짧게 쓴다는 것은 문장 길이를 줄인다는 말이다. 문장 개수는 많아질 수 있다.
글이 정확하고 짧으면 쉬울 수밖에 없다. 쉽게 쓰면 수준이 낮아 보일까 걱정하지만 쉽게 쓰는 게 더 어렵다. 쉬운 단어를 많이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쉬운 단어들이 형식적으로 얼마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물 흐르듯이 흘러가느냐에 좋은 문장의 여부가 달려 있다. 어휘력보다 문장력이 더 중요하다. 어휘력이 딸려도 문장을 잘 쓸 수 있다. 총알이 아무리 많아도 맞추는 능력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김 대표는 따라서 쉬운 문장, 짧은 문장으로 자꾸 써 보는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
짧고 쉬운 글이 하나 더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도록 생생히 표현해 주는 것이다. 묘사다. "그 남자는 나쁘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남자는 예의가 바르지 않아 나쁘다"라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남자는 옆에 앉은 할아버지를 툭 밀치고 다리를 꼬고 앉더니 옆으로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거 좀 옆으로 가요.'" 이런 식으로 쓰라는 거다.
"뒷산이 참 아름답다"라고 쓰지 말고 "뒷산에 드리운 하늘이 오늘따라 한 점 티 없이 새파랗다. 한 해 잎 다 떨군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가 수줍은 듯 파란색 하늘에 드리워져 있다. 그 자태에 빠져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그러고 보니 우리의 경험에서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게 되니까. 그렇게 글을 쓰면 되는 거다.
"사고는 <한겨레>처럼, 글은 <조선일보>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