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 네그라'그가 사랑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시인.
홍은
테무코 도시를 거닐며 시인의 흔적을 둘러보니 지난 9월, 칠레 산티아고에 있을 때 들렀던 이슬라 네그라의 기억이 났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하는 이슬라 네그라는 '검은 섬'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섬은 아니다.
본래는 카비요따(갈매기)라는 이름의 마을이었는데 파블로 네루다가 이곳에 집을 지으며 그곳의 이름을 '이슬라 네그라'라 불렀다. 그곳에서 시인은 그의 가장 알려진 시집인 '모두의 노래' 책을 집필했고, 그의 생을 마감한 곳이기도 한다.
시인이면서 정치적 활동도 많이 했던 그에게 한 인터뷰에서 두 가지 역할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의 대답은 '사랑'이었다고 한다. 그는 시를 사랑했고, 여인을 사랑했으며, 그의 나라를 사랑했고 생을 사랑한 시인이었다. 그렇기에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칠레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 속에 그의 시는 살아 이어지고 있다.
"벗들이여. 나를 '검은 섬'에 묻어주오. 울퉁불퉁한 바위들, 파도들... 다시는 보지 못할 내가 잘 알고 있는 그 바다 앞에 말이오..." - 파블로 네루다그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았던 시 속의 바람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1973년 9월 피노체트 군사 구테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그의 죽음은 여전히 일부 의혹으로 남아 여전히 시인은 그가 사랑한 바다에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왠지 허망하게 바다를 향한 그의 얼굴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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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네루다와 기차,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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