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물결 운동"의 모토. 론 존스의 실험은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지식채널ⓔ 갈무리
우리는 '전체주의에 길들여지는 사람들'을 타자화시키고 민주사회에서 민주적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론 존스의 "제 3의 물결 실험"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우리는 전체주의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더 이상 이것을 단순히 타자화 시켜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은 어떤가를 되돌아 봐야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시민 작가도 이 책에서 '문화유전자'라는 이름으로 이런 점을 언급한다. 그리고 '대통령을 향한, 왕왕 뚜렷한 근거가 없는 대중적 비난 풍조'가 아직도 맹목적으로 추종해도 되는 지도자에 대한 그리움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문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호모사피엔스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다른 동물과 별 차이 없는 삶을 영위했다. 이 무리를 지배한 것은 언제나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한 개체였고, 무리의 다른 구성원들은 그를 추종해야만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다.
'문명이 발생한 후에도 마찬가지 였다. 지배권력을 차지하려면 또는 지배자를 거역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살아남으려면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이러한 진화적 흐름 속에서 지도자를 추종하라는 명령이 우리 몸 유전자와 뇌세포 안에 필수적인 행동 메뉴얼로 각인되었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규제하는 행동 메뉴얼의 집합을 '문화 유전자'라고 부른다.' - p.43, 44이런 점에서 유시민은 헌법 제 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우리의 진화적 본능과 충돌한다고 말한다. 우리안의 '침팬지'와 '문화 유전자'를 잘 길들이지 않으면 언제나 야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도 한다.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어떤 계기'가 주어져 권력에 대한 공포와 맹목적 추종의 본능이 광풍을 일으키면 자유와 이성에 바탕을 둔 문명의 질서는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때로 '철인', 하나의 '위대한 지도자'만을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감정은 우리를 '향수'에 빠지게도 하고 이런 향수 혹은 '절대자를 바라는 그 자체'가 우리와 유전자를 98.8% 정도 공유한다는 '침팬지'의 방향으로 문명의 후퇴를 경험하게도 한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 인종주의와 국가주의, 지도자 숭배 등의 요소가 결합된 나치 국가로 변화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스의 여성, '역사 속에서 잊혀진 특수계급', 히파티아가 종교과 세속권력이 결합해 민주주의와 이성이 마비시킨 사회에서 죽임을 당한 사건은 인류가 이 지구상에 출연하고 여기까지 온 시간에 비하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군사독재정권 당시 유신헌법과 5공 헌법에 대한 투표는 거의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았다.
'악'은 우리가 인식하고 저지르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도 많다. 한나 아랜트라는 철학자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것을 설명해냈다.
'그는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평범한 군인이었을 뿐이다.' - p. 365그리고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미군의 포로 학대 조사에 참여했던 짐바르도 박사는 미군 병사들을 변론하며 '악의 근원'은 이들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트 국방장관이라고 지적했다.
나치 정권 당시 시민들과 군사정권 당시 국민들은 '평범했다'. 그러나 "무비판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드렸던 것"("악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악한 상황이 선한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 p. 367)들이 '전체주의'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류는 몇 백년을 거쳐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시민혁명 여러 번의 시민혁명을 거쳤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쟁취해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지구적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위협과 강압만으로는 "먹이와 번식, 생산 활동"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교육, 언론, 생산수단과 생산물에 대한 처분권을 국가가 장악해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낸 전체주의 국가도 '공평하지 않은 삶을 조금씩 덜 불공평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진화과정'이라고 하는 문명의 발전 속에서 결국 민주국가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인간이 타고난 자유와 권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었고, 또 그렇게 되고 있다. '진화적 법칙을 초월하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조용하고 질서정연하게 더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없는 동물'이기에 문명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왔다.
우리의 민주적 의식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인류가 민주적 의식을 완전히 성장시킨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최악'으로 빠지지 않게 만들 정도의 민주적 의식은 우리가 갖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런 '가능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명의 역주행'한국 사회는 빠른 '문명적 성과'를 쟁취해냈지만 그로 인해 생긴 부작용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악하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들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유시민 작가는 공직자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정치인을 만들어낸 그 시스템을 몇 가지 언급한다. 먼저 정치인들이 어쩔 수 없이 뇌물을 받게 되는,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시스템인데, 이것을 나는 '구조적 비리 문제'이며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지구당 운영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정치인이 구해와야 한다. 원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손을 벌려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기업인이다. 여기서 합법-불법 후원금과 뇌물이 이런저런 청탁과 교환되는 정경유착과 부패가 싹트고 열매를 맺는다.' - p. 315두 번째로는 '유권자의 관심'과 관련된 부분과 유시민씨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만 않았지만 강준만 교수가 주목한 '빠정치'를 일종의 그런 '시스템'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여기서는 자세히 보지 않고 넘어가겠다.
다음은 언론이다. 유시민 작가는 언론을 "보도를 통해 국민의 생각과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권력"이라고 정의한다. 현대에 도래한 정보와 사회 속에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그 '정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언론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 언론을 지적하면서 들어간다.
거대자본, 신문시장, 방송시장으로 묶여있는 이러한 시스템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자처하며 '그들 자신의 눈과 입'을 제시한다. 언론권력은 정치권력을 길들이기 위해 때로는 대통령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민주적 주권의식과 책임의식의 함양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문화유전자'를 되살린다.
물론 유시민은 근본적인 책임은 '구세주'를 자처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집단적 악플보도'"는 대통령을 '구세주'로 보는 시각을 확장시킨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자연히 좁아진다. 유시민의 언론에 대한 비판은 대충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유시민은 언론의 정치권력 길들여지기로 만들어진 '대통령'을 "좋게 보면 '인격적 철인'이고 나쁘게 보면 '제도화된 괴물'"이라고 말한다. 그리도 이것은 막강한 권한과 카리스마, '국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국민의 '문화유전자'가 결합해 만들어낸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대통령은 때로는 김대중 대통령처럼 어던 참모보다 정확하고 해박한 지식과 논리를 갖추고 '압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최고의 조언을 듣고 보고서를 읽으면서 이런 '압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성이 부족한데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때, 보고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거나 아예 귀를 막거나 다른 의견을 낸다고 역정을 내게 되면 이것은 '언론과 그에 의해 형성된 의식'과 같은 '시스템'과 상관없이 '자발적인 악플보도의 대상 되기'가 된다.
'이런 때는 대책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 p. 214이런 대통령을 우리 국민들은 8년 동안 경험하고 있다. 이런 대통령은 권력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때로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지적하며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공공연히 공적이고 사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반지성주의 대중 조작'과 같은 것들이 나타났다. 유시민 작가는 이것을 '문명의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이런 문명의 역주행 그리고 시스템을 보며 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이 주권자인 것을 잊은 채 어떤 '구세주'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헌법적(당위적)으로 분명히 '주권자'인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우리는 주권자이다대통령은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욕망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파괴적 충동'에 사로잡힐 위험 속에 있고 큰 의지와 부족한 능력 속에서 번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의식 중에 민주국가에서도 '철인'을 원하고 있으며 대통령을 '해결사'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대통령은 국민의 표를 얻고 민주적인 절차로 당선되었고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언제나 '책임윤리'를 지니고 행동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대통령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비판도 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지도자 또는 국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해야만 하는 전체주의 사회라면 모든 권한은 소수 또는 한 사람에게 있고 우리는 주권-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 국민들은 만인이 신봉하는 것처럼 보이는 명제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권리(유시민 작가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로 언급한 것이다)를 가지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이런 민주사회에서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과 교양이 부족한 지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시적 위협 요인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주권의식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국민 자신이다. (...) 또 다른 메시아를 고대하는 무책임한 주권자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간다.' -p. 53민주공화국에서 국가는 더 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주권자 개개인으로 구성된 일종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주권자인 시민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김범준 교수가 <세상 물정의 물리학>에서 언급한 개미들의 '효율적인 길을 찾는 집단지성'처럼 많은 분야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민들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하지는 못한다. '불완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당성있는 선거 결과는 '불가침'일지 몰라도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 기준과 의식은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 '우리 자신'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주권자'의 눈을 막는 지식인과 언론이 존재한다 해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말이다.
'민주주의는 변경할 수 없는 의사결정과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 - p. 166
언'제나 중요한 것은 성찰이 아닌가 싶다. 유권자 개인도, 집단으로서의 국민도, 대통령도, 대통령과 권력을 공유하는 정치인들도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선택을 성찰해야 한다. 냉정한 자기성찰이 없으면 대중은 타락하고 권력은 추악해진다.' - p. 167유시민의 이런 '일침'은 현재 속에서 과거를 살아가고 있고 헌법이라는 '당위'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 두 대통령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마음가짐 그리고 사고방식의 변화를 준다. 우리는 대통령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돌려봐야 된다는 것이다. <후불제 민주주의>는 이런 요소가 들어있기에 비록 6, 7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펴봐야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처음 왔을때 - 마르틴 니묄러 맨 처음 나치 정부는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그 다음, 정부는 사회 민주주의자를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 민주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그 다음, 정부는 노동조합원을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그리고 정부는 유태인들을 잡아갔다.
그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마침내 정부는 나에게 찿아왔다.
하지만 나를 위해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않았다.유시민은 마르틴 니뮐러라는 신학자가 썼다고 알려져 있는 이 시를 보고 이렇게 적었다.
'악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악한 상황을 종식시키려면 선을 행하려는 의지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손 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처음 그들이 왔을 때'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던 악한 상황이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을 덮칠 것이다.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는 것이다.' - p. 378그렇기에 이 글을 보고 있을 평범한 우리들은 '용기'와 거기서 나오는 '행위'를 통해 거대한 시민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 행동은 '톨레랑스'(관용)을 가진 것이어야 하고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행동에 동참하실 분들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이기를 바란다.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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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협하는 대통령, 그보다 더 위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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