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묻은 옷, '마법의 손'에게 맡겨봐"

'줄리엣 아트 공방' 김경순씨의 아트페인팅 이야기

등록 2015.12.12 18:22수정 2015.12.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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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애지중지 하는 고급 잠바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실수로 잠바에 페인트가 조금 묻었다. 집에서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잠바 앞부분이라 지우지 않으면 외출복으로 입기엔 힘들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품 자신의 어그부츠 페인팅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순 씨. 올 겨울 자신이 신을 거란다. '핸드 페인팅'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것은 '아트페인팅'이라 부르는 게 맞다고 그녀가 알려줬다.
작품자신의 어그부츠 페인팅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경순 씨. 올 겨울 자신이 신을 거란다. '핸드 페인팅'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것은 '아트페인팅'이라 부르는 게 맞다고 그녀가 알려줬다. 송상호

잠바를 버려야 하나. 당신은 아주 자연스럽게(?) 세탁소를 떠올릴 게다. 하지만, 세탁소에서 해결될 일이었으면 문제를 내지도 않았다.

사실 이 일은 실제로 경기도 안성에 사는 한 남성이 몇 년 전에 겪은 일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동네 세탁소에 간 이 남성은 세탁소로부터 한 곳을 소개받았다. 그렇다. 바로 우리가 만날 '줄리엣 아트 공방(안성시 창전동 128-1)'이야기다. 농촌도시 안성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의아했던 그 남성은 반신반의하며 여기를 찾았다. 옷에 페인트가 묻은 걸 해결하려다가, 졸지에 세상에서 하나 뿐인 새로운 잠바를 얻게 되었다. 이렇듯, 여기에 가면 이런 마법은 일상이 된다.

열정만 있으면 결과물은 바로바로!

왕초보자라도 몇 시간만 투자하면, 간단한 작품이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피드백이 초스피드다. 거기다가 결과물은 '왕' 크다. 티셔츠 특정한 부분에다 페인팅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새로운 티셔츠 한 장을 선물로 안겨다 주는 마법을 부린다. 거기다가 자신감 하나를 덤으로 준다.   

"순수미술이 아닌 응용미술이다 보니 누구나 열정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 말하는 김경순씨는 "노인대학에 나가 어르신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도 얼마든지 잘하시는 걸 보면 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사실 '자신감'이란 키워드는 이 공방에선 매우 중요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7회째)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공방의 수강생 대부분이 주부다. 평소 그녀들은 '누구누구 엄마'로만 불린다. 하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전시회를 여는 날엔, 그녀들은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누구누구 엄마'가 아닌 본인들의 이름을 찾는 날이다. 그것도 아주 폼 나게 말이다. 그녀들에겐 바로 자신감을 선물 받는 '매직 데이'다.


작품 2 줄리엣 아트 공방 한켠에 걸려 있는 청바지 페인팅 작품들이다.
작품 2줄리엣 아트 공방 한켠에 걸려 있는 청바지 페인팅 작품들이다. 송상호

"우리 공방은 힐링 공방"

이런 마법을 경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은 안성은 물론이고, 천안과 대전, 서울 등에서도 사람들을 찾아들게 만든다. 먼 곳에서 찾아와 하루 종일 놀다가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지만, 몇 시간만 투자하면 결과물을 보여주는 마법은, 거기 온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물한다. "앉아서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는 경순씨의 말에서 '명상'에서 얻게 되는 치유의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된다.

"페인팅을 하다보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을 개발하게 되고, 자신을 성숙시키게 되더라"는 경순씨의 자기고백은 여기에 가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

경순씨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안성 나눔 녹색장터에 매회 나가 지역봉사를 하다 보니, 길거리를 걸어 가다보면, 지역민 중 누군가가 "안녕하세요, 페인팅 선생님"이라고 인사를 해오고, 경순씨는 "아, 네.....안녕하세요"라며 기억나지 않아도 아는 척 해야 되는, 어색한 인사장면도 연출되곤 한단다.  
    
'마법의 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

버릴 만큼 하찮은 물건도 그녀의 손만 닿으면 전혀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하니, 그녀에게 '마법의 손'이라 한들 어떠랴. 사실 그 별명은 몇 년 전, 누군가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자 그가 고마워하며 일러준 말이란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페인팅 역사는 바로 마법의 역사였다. 10년 전까지 아동미술교사를 했다. 주변에선 "이 어려운 시기에 수입이 짭짤한 미술교사직을 놓아두고, 무모하게 선택한다"며 누구라도 그녀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

"조그맣게 시작했지만, 쉬지 않고 노력하고, 끝까지 나를 사랑하니, 기회가 찾아오더라"는 경순씨는 "2013년도부터 우연하게 만난 한 분 때문에 요즘은 일본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세계를 만나고 있다"며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방사람들 지난 10일 찾아갔을 때 만난 공방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작업뿐만 아니라 마음 힐링과 꿈을 페인팅해가고 있었다.
공방사람들지난 10일 찾아갔을 때 만난 공방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작업뿐만 아니라 마음 힐링과 꿈을 페인팅해가고 있었다. 송상호

아하! 그랬구나. 페인팅은 손으로 하는 거지만, 그 손으로 자신의 삶도 페인팅해가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페인팅 해가고, 자신이 사는 지역도 페인팅 해가니, 그야말로 페인팅 하는 그 손이 바로 '마법의 손'이지 않는가. 요즘 그녀는 자신 앞에 찾아온 업그레이드된 세상을 페인팅하느라 손이 좀 바쁘다.
#핸드페인팅 #아트페인팅 #공방 #김경순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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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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