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국회의원
신동석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암송하고 다니는 남자."
정청래 국회의원(50세, 서울 마포구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이다. 정말인가 의심이 들었다. '명사의 서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암송을 부탁했다. '사실검증' 차원에서 약간은 갑작스럽게 들이댄 질문인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를 암송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시조 외우는 걸 즐겨 했다며 시조 몇 수까지 줄줄이 읊었다.
압권은 그 이후였다. "제가 노래도 잘 불러요"라고 하면서 노래를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는 어디 인사를 하러 가면 "정 의원, 딴말 하지 말고 노래나 불러줘요!"라는 말을 듣는다며, '고장 난 벽시계'와 '내 나이가 어때서'를 한 곡으로 리믹스(?)한 노래부터, 조용필, 변집섭 노래까지 불렀다. 대학 시절 가수 홍서범이 활동하던 록밴드 '옥슨80'에 들어가려고 연습실까지 찾아갔다는 말과 함께.
이 사람, 확실히 보통은 아니다.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돌직구' 발언 때문에, 당대표가 아닌 '당대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 왼손에 파를 들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이러면 좌파냐'라고 유쾌하게 소통하는 사람. 그런 '튀는' 언행들 때문에 가끔은 욕도 먹고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 징계도 먹었지만, 그는 특유의 유쾌함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었다.
인터뷰 첫 질문은 정청래 의원이 내게 먼저 던졌다. 지난 9월에 출간된 자신의 책 <거침없이 정청래>를 읽어봤느냐는 거였다. 다 읽었다고 대답하니, 그는 책이 어떠냐고 다시 물어왔다. 보통 정치인들이 낸 책은 자기 자랑만 하느라 바빠서 별 재미가 없다. 기대 없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 "정치인 치고는 글을 잘 쓰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정청래 의원의 책은 "정치인 치고는 글을 잘 쓰네"라는 문장에서 '정치인 치고는'이라는 부분을 빼고 평가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만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든다> <OK 정청래> <정청래와 함께 유쾌한 정치여행> 이후 네 번째 책.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 선거 전에 자신을 알리고 싶은 정치인들은 책을 많이 낸다. 그래서 바로 물어봤다. <거침없이 정청래> 역시 흔하고 흔한 '총선용' 책이 아니냐고.
"총선용 책을 썼다면 동네(지역구) 이야기를 더 많이 썼겠죠. 조금 더 큰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하나 있었어요. 그리고 제 스스로 '내가 왜 정치를 하지?'라고 물으면 여덟 글자 '분단극복 조국통일'이라고 대답하는데요, 이것을 국민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얘기만 쓰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제 삶의 궤적을 보여준 거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제일 생동감 있게 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어머니 이야기였어요."확실히 그의 책에서 재미있던 부분은 그의 '생각'보다 '인생'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머니 '박순분 여사'가 있었다. 정청래 의원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과 군사독재를 겪고 민주화까지 목격한 어머니의 삶이 우리 국민 모두가 지나온 '상처와 고통'의 삶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평가하면서 '정치인 치고는'이라는 말을 빼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은 몇 편의 글을 읽고 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