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사코상' 김호상씨. 그는 구세군 군산목양원에서 일한다.
찍사코상
군산시 문화동 곳곳에는 골목을 사이에 둔 주택가가 있다. 어느 집의 카메라처럼 생긴 우편함에는 '찍사코상, 은탱, 어무이'라고 쓰여 있다. 그곳을 지나던 어떤 할머니가 "여기는 일본 사람이 사는 집이여?"라고 물었다. 국적을 의심 받는 '찍사코상'의 본명은 김호상씨. 지적장애인들의 아름다운 보금자리인 '구세군 군산목양원'에서 일한다.
"몰라. 모르겠어. 이름 어려워."10여 년 전, 목양원에 사는 장애인들은 호상씨의 이름을 기억 못했다. 목양원 원장의 사모님은 "(코를 가리키며)코! (탁자를 가리키며)상!"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코상'이 된 호상씨는 생활재활교사. 지적장애인들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했다. 군산대학교 공예과를 나온 전공도 살렸다. 그이들의 재활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도자기 수업을 했다.
"생활재활교사니까 이틀에 한 번은 가족(목양원에 사는 장애인)분들하고 같이 자요. 방 하나에 열 명(지금은 여덟 명)씩 지내요. 장애가 있으니까 밤에는 숙면을 못 취하세요. 간질도 있으시고요. 제가 깊게 자면 안 돼요. 간질하는 분한테는 조치해 드려야 해요. 안타까운 게, 저는 한 달에 15일은 집에 가서 편하게 자잖아요. 가족 분들은 그럴 수가 없죠." 한 달에 15일은 지적장애인들과 같이 먹고 자고사람들은 장애인 시설에서 일한다고 하면, "아이구, 힘들겠네"라는 말부터 한다. 호상씨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해요"라고 말한다.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다. 생각만 해도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다. 고단하고 팍팍하기만 했다면, 진작 그만뒀을 일. 호상씨는 목양원 '가족들'이 좋았다. 10년째 일하는 이유라고.
목양원에도 축하할 일이 자주 생기고, 기념할 일도 있다. 그 순간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때의 원장님은 사진 찍는 사람,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었다. 호상씨는 행사 때마다 원장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어느 날, 목양원 원장님은 "김호상 선생님, 취미로 사진 해봐요"라고 권했다. 호상씨는 30만 원 짜리 중고 카메라를 샀다. 2006년이었다.
"카메라에 완전 빠졌어요. 독학했는데 찍을수록 부족한 것 같았어요. 책도 보고, 다른 사람들 사진도 보고, 렌즈도 많이 바꿔봤어요. '이렇게 예쁜 사람들을 어떻게 찍어야 할까' 연구하면서 매일 찍었어요. 근데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잖아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한 거예요. 포스팅 해야 하니까 피사체를 음식으로 정했어요. 하루 세 끼는 먹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