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책표지.
바다출판사
사실 이 책을 읽자 마음먹은 뚜렷한 이유가 있다. 당신 하고 싶은 것들, 즉 누리고 싶은 것들은 매우 현대적인 것들인데, 자식들은 '아들손자며느리 다 모여서 살던 그 시절'의 도리로 해주길 바라는 시어머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10년 전까지 "어른 생일을 저녁에 먹는 것이 어딨냐?"며 "예의와 범절" 운운, 아침 생일상 받는 것을 고집하곤 했다. 그냥 식구들 모여 밥 먹는 정도가 아니라 이웃들이며 시이모님들까지 이른 아침에 아들들이 모셔와 함께 먹길 원하니 해마다 즐거워야할 생일날이면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아들 며느리는 그렇다 치고, 집에서보다 훨씬 이른 새벽에 눈 비비며 밥을 먹고 어제와는 다른 길로 학교에 가야하니 손자들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렇건만 십년 가까이 되풀이해 고집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었건만 그걸 인정 못하면서 당신 스스로 '세련됐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그 대답을 원하는 질문을 걸핏하면 하곤 했다.
사정이 이러니 아버님이 결국 회복 못하시고 몸져누우시며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었다. 지난 세월 어머니 때문에 쌓인 것들을, 결국은 홧병으로 밖에 남지 못할 것들을 내 스스로를 위해 좀 털어내고 싶었다. 나아가 나처럼 노인들의 사정이나 입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면, 도움이 많을 것이다 싶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을 그런 책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이 많이 알려져 명절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명절 증후군이 옅어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을 향해 쓸데없는 권위를 세우거나, 말로는 "자식들에게 바라지 않는다. 저희들만 잘 살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등 남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바라는 부모들도 좀 줄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훨씬 많은 세월을 살아낸지라 쉽게 바뀌지 못하는 노인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현명하게 조율하고자 노력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적, 오늘이 내일보다 적응이 잘 되는 지금, '경제 자립'은 기본이고 '생활 자립'을 익혀야 한다. 내 친구 모양, 혼자서는 지하철 노선도 모르면 어쩔거나. 평생 맛있는 세 끼 따뜻한 밥을 대령하면서도 홀로 끼니도 해 먹을 줄 알게 가르쳐 놓는 게 정작 남편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노부부의 진정한 사랑법'에서)-옛날에 다 배운 거라고, 옛날에 다 경험한 거라고 배움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은 장수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젊어서 많이 배우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노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옛날에 배웠던 것들은 옆으로 치워 두고 새로 배우지 않고는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길고도 길어진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떠날 때까지 차곡차곡, 차근차근' 에서)-자기 몸과 정신의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지, 천하 없는 효자나 배우자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허버트 스펜서라는 영국 학자는 일찍이 "건강유지는 하나의 의무"라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은 자기 몸에도 육체상의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건강을 곁들인 장수를 하는 데 공짜는 없다.('건강한 장수는 자기 하기 나름'에서) 여하간 책을 읽는 도중 아직은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듣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적극 권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본인의 노후를 위해, 이왕이면 평안하고 멋진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알려줄 그런 책'이란 짧은 소개 함께.
이에 "우리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노후 걱정을 하냐?" 반문하는 친구도 있었다. 특히 그런 그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들이 꼭 닿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통계청의 '2015년 고령자통계' 발표에 의하면 '2026년에는 서울인구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하고 멋진 노년은 1~2년 사이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멋진 노후를 위해 이미 젊을 때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참 많기 때문이다.
"노후준비(대비)에 막연하고 불안하기만 하던 나, 한 살이라도 젊은 지금 이 책을 만나 다행이다"란 말을 권함의 글로 덧붙이며.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 70대 꽃할매가 일러주는 웰 에이징 노하우
고광애 지음,
바다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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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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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노년을 위해 더 젊을 때 버려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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