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재산변동 추이
고정미
"10개월간 27억 원의 수임료 수수 추정"그러한 명성은 대법관 임명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자신의 핵심측근들을 구속한 안 후보자를 임기 6년의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박성수 변호사는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한 안 후보자의 경력 때문에 (청와대 안에서도) 끙끙 앓았다"라며 "하지만 검찰몫 대법관에 추천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고, 법원쪽에서도 국민 신망이 높은 안 후보자가 오기를 바랐기 때문에 결국 그를 임명했다"라고 전했다.
박성수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과는 다르게 사적인 것에 좌우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안 후보자를 대법관에까지 임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 후보자는 지난 2012년 7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지 48일 만에 정치권에 입문했다. 같은 해 9월 박근혜 후보의 요청으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해친다"라는 지적이 뒷따랐다. 심지어 그의 '애제자'로 불렸던 '삼성킬러' 남기춘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까지 정치쇄신위원으로 끌여들였다. 한광옥 전 의원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인선문제를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다.
대선이 끝난 뒤에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임명됐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05년 <조세형사법>을 펴낼 정도로 조세형사분야 전문가여서 그가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리는 쪽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2006년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여부'를 묻는 김기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다"라고 답한 적도 있다.
그런데 안 후보자는 대법관에서 퇴임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에 '정법연구원 안대희 변호사 법률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대법관에서 퇴임한 직후 정치권에 들어간 데 이어 '전관예우 금지법'(2011년 개정 변호사법)까지 교묘하게 활용한 행보로 비쳤다. 그는 연봉 1억2000만 원(2명)과 연봉 9600만 원(2명)을 주고 변호사 4명도 고용했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지 5개월 만에 수임료 16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다. 월평균 3억2000만 원, 일평균 약 1067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는 올해 계약한 사건들의 수임료는 빠져 있다. 안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관련 부속서류'를 보면,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19건의 사건을 수임했고, 총 4억400만 원에 해당하는 수임료를 반환하겠다고 신고했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약 10개월 간 20억여 원의 수임료를 받은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쪽에서는 안 후보자가 지난해와 올해 낸 부가가치세가 2억7000만 원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10개월간 27억 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김기식 의원은 28일 인사청문사전검증팀 연석회의에서 "안 후보자의 납세사실증명서를 보면 2013년도에 부가가치세 1억8700여만 원, 2014년도에 8900여만 원 등 총 2억7000여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라며 "이를 그대로 계산하면 안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 10개월간 약 27억 원의 수임료를 수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대법관은 마지막 공직이어야 한다"안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후 '몇 건'의 사건을 맡았는지, 그에 따른 '수임료 총액'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최소한 수십건의 사건을 맡아 20억 원 이상의 수임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저의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26일)라고 항변했지만 '전관예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액수다.
그런데 안 후보자는 5억6000여만 원을 의뢰인들에게 반환하겠다고 했다. 그가 받은 수임료 가운데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수임료 총액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비친다. 특히 그가 '수임료 반환용도'로 총 5억1950만 원의 현금·수표(총 5억1950만 원)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의혹을 부추긴다.
김기식 의원은 "소송채무를 반환할 목적인데 왜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 (반환)으로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수임료 반환도 총리 지명을 염두에 둔 정치적 반환이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와 부산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2010년, 사회평론)에서 "그는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였다"라고 회고했다. 대통령과 재벌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섰다는 점에서 '강직하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전관예우로 20억 원 이상의 재산을 형성했다면 '청렴하다'는 평가는 철회되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이 낱낱이 밝혀질 경우 '국민검사'라며 그를 지지한 국민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야당의 한 의원은 "안 후보자는 권력지향적이고 자아도취형이다"라고 혹평한 뒤 "그는 한번도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다"라며 "칼만 휘두르며 남을 잡은 일만 했기 때문에 이런 현미경 검증 상황을 못견딘다"라고 꼬집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8일 "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벽을 못넘을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안 후보자는 "대법관은 사실상 마지막 공직이 되어야 한다"(27일, 페이스북)는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고언을 진지하게 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는 것은 공적으로 헌신하지 않고,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지려는 한국 주류사회의 속살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공유하기
칼날 검증으로 물러났다 총선 앞에 선 '국민검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