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청년 실질 실업자는 약 165만 명 2003년 방송된 시트콤 <논스톱>에서 고지식한 고시생 역할을 맡았던 앤디. 당시 '청년실업자 40만 명'이라는 수치는 명목실업률로 따진 것이다. 명목실업률엔 구직 단념자나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포함해 계산한 것이 실질실업률이다. 지난 2014년 전국 청년 실질 실업자는 약 165만 명(33.1%, 추정치)에 이른다.
MBC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자가 4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어떻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지난 2003년 <논스톱>에서 고지식한 고시생 역할을 맡은 앤디가 자주 했던 대사다. 물론, 그땐 이 대사가 '지나치게' 심각했고, 그래서 웃겼다. 하지만 이제 취업난이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2014년 전국 청년 실질 실업자는 약 165만 명(33.1%, 추정치)에 이른다. 2003년 약 120만 명(21.9%, 추정치)에서 45만 명 증가했다. 이제 '장기화된 경기 침체'는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취업 9종 세트' 따위로 구체화됐다.
'찌질한' 취준생의 처절한 '씨 뿌리기'"취준생 입장에서는 취업이라는 건 지원서를 논에 씨 뿌리듯 막 뿌리고 기업들이 제발 그 씨들을 주워주길 기다리는 거다. 그 기업과 선택된 씨를 뿌린 자는 인연이었던 건가. 아니면 우선 많은 씨를 뿌리면 장땡인가. 더 크고 예쁘고 튀는 씨를 뿌리는 게 중요한 건가."(<취준2년>, 우리에게 인연이 있을까요?, 탕수육) 탕수육(필명, 26)씨도 대학을 채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 전선에 나섰다. 처음의 포부와 다르게 허우적거렸다. 다른 사람처럼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2년을 '취준생'으로 살았다. 그리고 지난 2일, 탕수육씨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취준2년>을 펴냈다. <취준2년>은 그가 직접 집필, 디자인, 편집을 도맡은 독립출판물이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났다.
"사실 취준 2년은 쉽지 않거든요, 이게 고시도 아니고. 취준 1년은 많이 관심을 두는데, 2년은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죠."일반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만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을 '장기실업자'로 분류한다. 24개월 동안 취준생이었던 탕수육씨도 장기실업자였다. 일찍 취직에 성공한 친구는 벌써 입사 3년 차. 탕수육씨는 쌓여가는 '취준' 경험이 남들보다 많았다.
어느 날은 한 회사의 면접을 보고 온 경험을 SNS에 올렸다. 당시 반응이 좋았다. 지인들은 글을 계속 써보라고 했다. 탕수육씨는 대학에 다닐 때 교지 편집부를 했을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마침 탕수육씨가 즐겨 듣던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에서 김 작가는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흔들리던 찰나, 독립출판서점에서 '별의별' 책이 다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책들이 나오잖아요. 제 책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진짜 허접하고, 얇고, 전면 흑백에 갱지 같은 종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