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보울러
다산북스 제공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상(영국의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소설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 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리버보이> <스타시커>와 같이 우정, 가족, 희망 등의 주제를 판타지 한 분위기로 풀어내는가 하면 반대로 <블레이드> <소년은 눈물 위를 달린다>와 같이 범죄나 가족의 붕괴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한 10대들의 방황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늘 '성장'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에 그가 우리에게 소개한 열다섯 살 소녀의 이름은 '헤티'. 고립된 작은 섬에 살고 있는 헤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형상을 보거나 남들은 듣지 못하는 바다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소녀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헤티를 그저 몽상가로 취급할 뿐이다. 폭풍우가 치던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 온 정체불명의 노파에게 운명적 인연을 느낀 헤티는 노파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살고 있던 좁은 세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의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팀 보울러의 신작 소설 <속삭임의 바다>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던 한 소녀가 자신의 좁은 세계를 떠나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춘기 소녀의 심리, 소녀를 둘러싼 환경, 환상적인 이야기에 깊은 주제의식이 더해졌고, 각각의 인물들은 우연하고 필연적인 만남 속에서 서로의 '인연'에 대해 암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묘사와 환상적인 설정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번 작품의 인물과 줄거리, 주제는 작가 팀 보울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사람 사이의 인연'에 있다"- <속삭임의 바다>는 마치 상상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스토리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저와 아주 가까운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병을 얻었습니다. 한 사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병에서 회복되었지만, 또 한 사람은 불치병이라 죽음을 향한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상황이 저에게 주인공 '헤티'와 '노파'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관계를 통해 상실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했지요. 그 결과물이 바로 <속삭임의 바다>입니다."
-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모호합니다. 현재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과거의 특정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도 없습니다. 의도한 것인가요?"네, 그렇습니다. 근원적인 이야기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입니다. 그런 만큼 독자들을 21세기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시대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장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고립된 섬에 사는 헤티의 외로움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 그에 비해 작품 속에서 모라 섬의 지형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모델이 된 실제 장소가 있나요?"제가 영국 사람이니 아무래도 영국의 섬들과 닮은 부분이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서 모라 섬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섬들과 흡사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가 특정한 섬을 딱 집어 모델로 삼은 것은 아닙니다. 모라 섬은 어디까지나 제 상상 속에서 탄생한 섬입니다."
- 바다유리(유리병 등이 바닷물에 오랫동안 휩쓸려 조약돌 모양으로 매끄럽게 깎인 것)라는 것이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다유리가 영국 사람들에게 혹은 작가님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영국에서 바다유리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바다유리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바다유리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휴일을 맞아 어느 섬에 갔을 때 아내가 해변에서 예쁘장한 바다유리를 찾아보고 싶다고 했고, 함께 해변을 거닐다가 바다유리와 연관된 스토리를 생각하게 되었지요. 정작 바다유리는 못 찾았지만 대신 이야기를 얻은 셈입니다. 나중에 <속삭임의 바다>를 쓰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바다유리를 등장시킨 겁니다."
- 갑작스레 등장한 낯선 노파에 대한 일부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중세의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합니다. 글을 쓰면서 염두에 둔 사건이 있었나요?"마녀사냥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닮은 점이 있지요. 편견과 증오와 두려움이 뒤섞여 낳은 폭력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모라 섬이 특정한 섬을 모델로 하지 않았듯이 이것도 특별히 염두에 둔 사건이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독자들로서는 비슷한 경험이나 비슷한 역사적 사건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 헤티의 할머니와 퍼 노인은 나이가 많다는 점은 같지만 태도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헤티의 할머니는 이성적이고 현명한 반면 퍼 노인은 고집불통에 편견으로 가득 차 있지요. 이러한 대비를 보며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이상적일까 생각하게 됩니다."이상적인 노인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사람이란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없지요. 노인이든 젊은이든 말입니다.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닙니다. 작가로서 저는 다만 매우 대조적인 성격과 특성 그 자체의 대비를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헤티의 할머니와 퍼 노인의 대비는 극적인 상황을 증폭시켜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