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폰 6S 스마트 배터리 케이스 사진
애플
소위 말하는 애플 '순정' 제품인데(공식 홈페이지에 'Apple 자체 디자인'이라고 강조해서 써놨다), 오히려 다른 회사에서 아이폰용으로 만든 배터리 케이스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이런 걸 애플이 만들었을까? 물론 사람마다 느낌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애플이 보조 배터리를 이렇게 평범하게 내놓으니까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었다면, 보조 배터리 하나도 뭔가 좀 다르게 만들지 않았을까? 아이폰 배터리 케이스라고 하니, 이런 일화도 생각난다.
2007년 초 아이폰을 발표할 날짜가 임박했을 당시, 그때까지도 아이폰은 여전히 버그 투성이였고, 시스템다운이 아주 잦았다. 애플 스탭들은 언제 다운될지 모를 아이폰을 보면서 계속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 스티브 잡스의 집요한 성격과 완벽을 요구하는 스타일은 주변의 많은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잡스는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담당직원을 노려보며 "당신이 회사를 망치고 있어. 이번에 실패하면 당신 때문이야"라는 심한 독설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내 2007년 1월 9일 잡스의 아이폰 발표는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애플의 담당 엔지니어 6명은(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거나 가정생활에 지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의 설명이 무사히 끝나면 차례대로 독주를 마셨다. 아이폰 발표가 다 끝났을 무렵 이들은 술병을 다 비웠고, 그날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었다.
지금은 팀 쿡이 애플을 이끌고 있다. 그는 포용·개방·협업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편이고, 탈권위적이며 직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잘 맺는 걸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할 정도로 상대적 비주류에 가까운 삶을 살아서 그런지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상당히 부드러운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팀 쿡은 2011년 8월 취임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2배로 끌어올렸으며, 대화면 아이폰 출시를 통해 세계 상장사 역사상 단일기업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애플의 가치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 40개 정도를 사들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이르렀다. 요즘은 애플의 두 번째 신화를 쓰고 있다.
그러니 팀 쿡의 애플도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보다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고, 애플 워치에 이어 스트리밍TV 서비스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게다가 팀 쿡은 인권이나 환경 문제 등에도 관심이 많아서, 어떤 측면에서는 스티브 잡스 때보다 애플이 사회적으로는 더 나은 기업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 6S 배터리 케이스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애플 특유의 색깔은 상당히 옅어졌다. 보조 배터리의 가격(iPhone 6s Smart Battery Case는 무려 13만 9천 원이다. 용량도 1877mAh로 별로 크지 않은데, 샤오미 가격의 4~5배가 넘는다) 빼고는 딱히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제품도 지금은 애플이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다.
어쩌면 이 이상한 배터리 케이스는 그런 애플의 변화를 상징하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도 애플이 달라졌다는 소리가 종종 나오기는 했었지만, 이번 만큼이나 분명하고 결정적으로 그 변화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이렇게 보조 배터리가 나왔으니, 앞으로 애플이 어떤 제품을 만들든 사람들은 그리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이 바뀌었고, 회사가 바뀌었다. 이제, 스티브 잡스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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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물건도 내놓고... 애플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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