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수 부산지역일반노조 교육위원
민석기
"당신이 지키는 건 인간이오. 착하고 순수한 인간 말고. 비겁하고 구질구질하고 시시한 그냥 인간.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JTBC 특별기획 드라마 <송곳> 4화 중에서구고신은 노조를 이끄는 이수인에게 '조합원'이 아닌 '인간'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송영수 위원도 인원 수로 셈되는 '조합원'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노동운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송곳> 구고신의 설득 기술엔 휴머니즘(인간애)이 있다, 지금 노동운동엔 이런 휴머니즘이 없다"면서 "조합원의 이익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이 아닌) 전체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노동조합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동운동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보탰다. 송 위원은 "지금 노동운동은 교섭을 위해 조직의 양을 늘리는 숫자 중심의 계량주의식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도 노동운동을 위한 상근자, 샐러리맨으로 직업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상근자로서 출근하는 직원이 아니라, '직업적 혁명가'로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하면 '질 수밖에 없다', '계란에 바위치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기자의 말에, 과거 독재 정권 당시 노동운동가들이 했다는 생각을 들려줬다.
송 위원은 "과거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을 할때는 소수의 노동자가 저항한다고 해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노동자 권리를 빼앗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허물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싸운 거고, (조합원의 이해가 아니라) 전체 민중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싸운 거다"라고 말했다.
노조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 구조를 '고치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기자에게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고 근로자 기준법을 준수하는 노동 현장을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유서를 곱씹어 보길 권했다.
어쩌면 반지(돈의 힘)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이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 전태일 열사 유서 중에서민중총궐기에서 '희망'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