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신안면 장죽리에 있는 양천강 언덕 위 솔숲.
김종신
바람이 세찼다. 지리산 자락은 하얀 눈에 덮여 있다. 그런데도 아침이 밝아오는 12월 4일, 오전 7시에 바람을 맞으러 길을 나섰다. 춥다고 움츠려든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더구나 밤 근무의 흔적과 함께 마음속 찌꺼기도 훌훌 날려버리고 싶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퇴근하면서 진주로 곧장 가지 않고 신안면에 이르러 합천, 의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우를 많이 키우는 동네라 고깃집이 길가에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소고기국밥 맛있기로 소문난 동제국 식당을 지났다. 찬바람에 소고기국밥 한 그릇으로 허한 마음 채워보고 싶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다.
신안면 문대리 삼거리에서 합천, 의령, 생비량면쪽으로 우회전했다. 소고기 맞나기로 유명한 장죽리 한빈식육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에서 양천강 쪽으로 난 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강 언덕에 솔숲이 있다.
궁궐 짓는데 사용했던 곧은 소나무 금강송이 숲에 함께한다. 소나무가 마치 절의 일주문처럼 서 있는 아래로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가자 한하루(漢霞樓)가 나온다. 누각에 올라가기 전에 긴 의자들이 소나무 아래, 강 벼랑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