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15%' 사회적 기업의 해법은?

[서평]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등록 2015.12.08 14:22수정 2015.12.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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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 목적에만 치중하다 보면 사회적 목적을 잃어 버리고 사회적 경제 조직의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렇다고 사회 문제 해결과 변화라는 사회적 목적만 추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면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위기와 더불어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에서도 사회적 경제 붐이 일었지만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장용석, 김회성, 황정윤, 유미현 공저)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본격화됐으나 자생력면에서는 '낙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위기의 사회적 기업, 해법을 찾아라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표지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표지CS컨설팅&미디어

사회적 기업이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조직 유형으로써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조직적 기반'(37쪽)이라고 정의한다. 정부로부터 1년간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은 2007년 396개소에서 2014년 기준 1466개소로 4배 이상 증가했다. 3년간 인건비를 지원받는 인증 사회적 기업도 2007년 50개소에서 2014년 1251개소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듯 빠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져갔다. 지난 2014년 2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14쪽)에 따르면 정부보조금이 종료된 이후 생존하는 사회적 기업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다수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 지원이 끊기자 도산의 위험에 처했다는 말이다.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발간한 '사회적 기업 성과 분석 보고서'(64쪽)에 따르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2012년 744개 사회적 기업 가운데 88.3%인 620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사회적 기업이 정부로부터 받는 정부지원금(평균 1억 6000만원)을 제외한 것으로, 사회적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가장 엄격한 기준에 해당된다고 한다. 요약하면 사회적 기업 10개 중의 1개 정도만이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며 영업활동을 정상궤도에서 진행했고 대다수는 자생력을 담보할만한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저자들은 자생력 한계의 원인으로 한국 사회적 기업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사회적 기업은 등장 배경과 특성, 발전과정에서 나라마다 차이점을 보인다. 유럽에서의 사회적 기업은 실업과 사회적 배제 등 기존의 시장 매커니즘이 낳은 폐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전한 '제 3섹터'로 서회 서비스 제공을 우선시한다.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1970년대 비영리 조직에 제공되던 국가의 지원이 상당 부분 중단되자, 비영리 조직의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


한국의 상황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많이 다르다. 저자들은 "그간 사회적 기업 정책은 저소득층, 장애인, 여성 등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물론이고 사회적 성과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며 "사회적 성과를 고용문제 해결로 매우 협소하게 규정짓고 단기간 일자리 수를 늘리는데에 관심이 있었다. 사실상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의 대체 수단 혹은 보완수단으로 간주했던 셈"(16쪽)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 모습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동시적 추구라는 그 근본정신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 경제의 지속가능성 또한 심각하게 의문시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현재의 사회적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사회적 경제가 지닌 파급효과가 현실화되려면 사회적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명확한 좌표를 설정하고 포괄적인 전략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개별 사회적 경제 조직의 경영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들은 투입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되 어떤 밑그림으로 가지고 울창한 산림을 조성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책 19~20쪽


'착한 기업'이 주류가 되는 나라를 꿈꾼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회적 경제의 숲을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란 '사회적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혁신'에 있다.

저자들은 "사회적 혁신 생태계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사회적 경제 조직의 양적 성장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부 지원에 의존하여 사회적 경제 조직의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인위적 양적 성장 모형을 탈피하여 공존과 협력, 변혁적 혁신의 확산이 가능한 사회적 혁신 생태계로 진화해야 한다"고(94쪽) 강조한다.

저자들은 '사회적 혁신 생태계'가 3단계를 발전 경로를 전략(95~96쪽)으로 제시한다. 1단계(사회적 혁신 생태계 1.0)는 '양적 성장' 단계다. 정부 주도로 물리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사회적 기업들의 자생력이 취약하다. 지금 한국의 현실은 1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단계(사회적 혁신 생태계 2.0)는 '공존과 협력'의 단계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공공 부문 및 시장 영역과 대등한 관계속에서 공존하는 단계로 지속가능성을 갖추고 독자적인 생태계로 자립한다. 저자들은 "1.0에서 2.0으로 도약하려면 사회적 혁신 생태계의 네 가지 차원에서 진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적정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면서 창조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가는 혁신 역량의 구현,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다양한 행위 주체들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운영원칙을 조정 조율하는 거버넌스 운용, △인적 물적 자원의 활발한 유입과 윤리적 소비의 확대로 대변되는 대중의 정체성 변화를 꼽았다.

3단계(사회적 혁신 생태계 3.0)는 '변환적 확산'의 단계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의 이상적 좌표라 할 수 있는 3단계에서는 사회적 경제 조직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에 속한 모든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모색하게 된다. 많은 기업이 R&D에 투자하듯, 사회적 혁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적 패러다임이 된다. 저자들은 "더 나아가 생태계 2.0에서 3.0으로 변환을 보여주는 가상의 징후로 대기업이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호혜와 협력 그리고 연대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영역이 시장 경제 영역의 우위에 서는 위상을 갖는 단계가 그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자들은 사회적 혁신 생태계가 최종단계인 '변화적 확산'의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다. 이것은 경제 조직으로써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사회적 혁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혁신역량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경영혁신 전략의 한 방법인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기업간 지식 교류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혁신 비용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이다.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구축되면 시장의 다른 축인 '소비자' 또한 사회적 경제의 생산품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커질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사회적 혁신 생태계가 완성되면 영리의 추구와 사회적 목적 추구는 더 이상 서로 상충되는 활동이 아니다.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서 양극화 해소, 기회균등 인권보호, 환경보전을 위한 도전과 실험에 무수한 기업들이 동참하고, 크고 작은 다양한 사회적 혁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기업 경영의 핵심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 극대화 추구보다는 적극적으로 사회보장에 기여하는 활동이 기업 규범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은 더 이상 '착한' 기업 아니라 '보통'기업이 되는 바로 그런 세상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사회적 혁신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178쪽)
덧붙이는 글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장용석, 김회성, 황정윤, 유미현 지음 / CS컨설팅&미디어 펴냄 / 2015.7. / 1만4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장용석 외 지음, 사회적기업연구소,
CS컨설팅&미디어, 2015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혁신 생태계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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