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최 교수는 독일의 정치경제적 제도화에 주목한다. 특히 노동평의회제도는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이다.
김재호
최 교수는 독일이 1990년대 말부터 추진한 '하르츠 법'에 주목한다. 하르츠법은 개혁 1부터 4까지 경제체제 등 모든 운영체제를 바꾸려고 한 법이다. 하르츠법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포함하는 노사관계의 근대화와 복지국가의 개혁으로 세금인하·연금개혁·실업보험감축, 복지비 감축 등 공공지출 감축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인데, 최 교수는 다른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르츠 개혁의 결과로 정규직-비정규직 혹은 수출 주도 산업-서비스 산업, 고용증대를 위한 미니 잡(풀타임이 아닌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 창출) 도입 등 노동시장이 이원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산업의 핵심을 차지하는 경영감독위원회의 운영(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일종의 협의체.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짐)이나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유입되고 인정받는 직업훈련과 평등주의적 사회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최 교수는 "한국의 노동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정책과 학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써 하르츠법을 운위하는 것은, 그것을 역사적·사회경제적·제도적 맥락에서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으로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독일식 자본주의 체제는 존재하나독일의 사민주의는 인구가 많지 않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도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독일식 모델이 있는지 질문이 생긴다. 그 독일식 모델은 지속 가능한지, 다른 나라들이 수용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학자들은 세계화와 자유시장경제의 탈규제 압력 아래에서 독일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제도개혁으로 평가하는 시각과, 하르츠법과 무관한 다른 요인들이 독일의 경제성장에 이바지했다고 간주하는 시각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독일산업화 이래 제조업 생산의 전통, 기술 축적, 나치 군비생산체제의 유산, EU와 EMS(유럽 통화제도)의 설립, BRIC의 등장 등.
학자들의 의견 중에서 눈여겨볼 것은 독일 모델이라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대나무처럼 외부 충격에 잘 전환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 중심에는 유연한 단체교섭 체제와 잘 다져진 정치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평의회제도(work councils)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법제화된 결과다. 볼프강 쉬트렉이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독일의 정치경제는 탈 중앙집중화된 분산적인 타협과 지방 수준에서의 역할을 발전시켜 나갔는데, 그것은 전국 수준에서의 계급타협의 중앙정치를 자주 대체하고, 뒤받쳐주고, 또 보완하기도 했다."
사회 양극화와 청년실업, 이념 갈등과 전 근대적 사회로의 회귀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독일은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통일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어 사회통합과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 독일 사회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방향성을 잃은 우리나라가 정치·경제적으로 교훈을 얻어야만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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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자본주의는 가능할까, 독일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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