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제클리크 벽화 가운데 서원도 그림(왼쪽)과 아래쪽에 그려진 공양하는 사람들 모습을 확대해보았습니다. 흰모자를 쓴 소그드인과 그 때 위그르와 교류하던 여러 민족들 모습입니다.
박현국
힌두교는 인도 대륙의 토착신앙에서 시작하여 지금도 인도 안팎에 9억에 가까운 신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이어서 세계 세 번째 종교입니다. 힌두교 신은 우주를 만든 브라흐마(Brahmā. 梵天) 신, 우주를 다스리는 비슈느(Vishnu, 毘紐天) 신, 낡은 우주를 부셔서 없애는 시바(Śiva) 신 따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힌두교 신들 가운데 비슈느 신은 우주를 다스리는 자비의 신으로 10대 화신으로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아홉 번째 화신이 석가입니다. 석가는 불교를 연 석가모니부처입니다. 고대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에 의하면 신들은 죽지 않는 먹거리 아무리타(감로)를 만들어내는 유해교반(乳海攪拌)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 이야기가 유행하면서 비슈느 신이 지닌 은총의 이미지가 널리 퍼졌습니다. 특히 비슈느 신은 팔을 네 개나 지니고 있습니다.
비슈느 신의 네 팔은 만물을 끊어내는 힘을 지닌 원륜(圓輪), 소리를 내 악마를 물리치는 법라(法螺貝), 권력을 상징하는 곤봉(棍棒), 풍요와 은총은 나타내는 연화(蓮花)를 쥐고 있습니다. 한 몸에 여러 가지 팔은 지니고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신은 불교의 천수관음상과 이어져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에서는 상설전으로 베제클리크(Bezeklik) 벽화를 재현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베제클리크 천불동 벽화는 중국 서쪽 위그르 자치구 돌판 교외 40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석굴 사원입니다. 처음 이 지역을 다스리던 위그르 나라 때 만들어진 불교 유적입니다. 베제클리크는 위그르 말로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천여 년 전 지어진 이곳 베제클리크 불교 유적지는 이후 이 지역 여러 민족의 세력 싸움과 이슬람교의 확대 따위로 잊혀졌습니다.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세력 확장과 더불어 독일, 영국, 러시아, 일본 따위 여러 나라들이 이곳 베제클리크에 들어와 불교 벽화를 떼어갔습니다. 류코쿠대학 연구반은 NHK와 함께 세계 일곱 나라에 흩어져 있는 베제클리크 벽화 그림을 사진으로 모아서 재현했습니다.
베제클리크 천불동 안에는 석굴 83곳에 수많은 불교 벽화를 비롯한 많은 유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번 재현한 그림은 4호굴 벽화입니다. 4호굴은 사각형의 회랑으로 폭 1.2미터, 높이 약 2.5미터로 양 벽과 무지개 천장에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벽화 그림은 같은 그림이 거듭해서 그려져 있습니다. 4호 굴 안에 그려진 그림 15장 가운데 여섯 그림이 반복해서 사용되었습니다. 그림은 서원도(誓願圖) 그림입니다. 서원도는 전생의 석가모니 부처 이야기를 그린 것입니다. 연등불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부처를 따르는 비구나 불을 보호하는 신들이 그려져 있고, 아래쪽에는 위그르 나라 왕이나 왕자를 중심으로 교류를 갖던 여러 민족이나 공양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비록 넓고 큰 미술관은 아닙니다. 이번 특별전을 기회로 남쪽 동남아시아의 인도 영향을 받은 불교 미술품과 북쪽 실크로드 거점에 유목민이 세운 베제클리크 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불교 미술품을 통해서 인간이 오래전부터 가져온 신앙과 생활과 예술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