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함께 레이스달리는 내내 필자는 그의 낙타가 되었다
김경수
출발 전 동구시앙(Donggouxiang) 캠프에서 시각장애인 이용술씨가 내게 말했다.
"김 형! 김 형은 이제부터 낙타가 되는 거야. 나는 낙타만 따라갈게. 사막에서는 낙타가 제일 믿음직하잖아." 그때부터 나는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충직한 한 마리 낙타가 되었다. 사막의 극한상황에서 누군가를 온전하게 책임지고 보호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낙타는 레이스의 주인공이 아니다.
낙타는 오직 주인님의 분신이어야 하고, 한 순간도 떨어져서는 안 될 그림자여야 한다. 그래서 내 자신을 모두 내려놓지 않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사막을 달릴 때 지면이 고른 길은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도우미는 거칠고 험한 길로 가야 한다.
주로의 장애물도 미리 제거해 주어야 한다. 레이스 첫째 날, 어른 머리만한 돌들이 끝없이 깔려있는 34km의 제왕의 계곡(The Valley of the Kings)을 따라 올라갈 때에도, 휘몰아치는 모래폭풍 속도 함께 뚫어야했다.